제 아버지가 계시는 집에는 오래된 괘종시계가 벽에 걸려 있습니다. (卦鐘時計니 당연히 벽에 걸려있겠지만...) 제가 어렸을 적 의자를 놓고 그 위에 올라서서 짜르륵 짜르륵 괘종시계의 태엽을 감으시던 아버지가 생각납니다. 행여 의자에서 떨어지실까 고사리 손으로 아버지의 다리를 잡던 일도 함께... 지금은 걸린 시계야 건전지를 쓰는 시계지만, 어릴 적 그 시계는 태엽을 이용하는 시계였죠. 오늘 이야기는 '태엽'입니다. 테이프(tape)를 음역한 말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게 하지만 태엽은 영어로 ‘spring’이니 당치않죠? '태엽'은 한자로 '胎葉'이라 씁니다. '胎'라는 글자는 '아이를 배다' 또는 '밴 아이'라는 뜻입니다. ‘잉태(孕胎)’나 ‘태아(胎兒)’라는 말이 있죠? 병풍이나 족자를 만들 때 서화의 가장자리에 덧대는 종이오라기를 '태지(胎紙)'라 하는데 줄여서 '태(胎)'라고도 합니다. 태지처럼 생긴 강철오라기를 드르륵 말린 마른 잎사귀처럼 탄력성 있게 말아놓은 것이라는 말입니다. 힘차게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태엽처럼 탄력 있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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