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률의 상승과 경기침체는 자살과 살인, 심장병 등의 사망자 수를 증가시키는 반면,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8일 보도했다.
영국 의학전문지 '란셋(Lancet)'에 발표된 이번 결과는 영국 옥스퍼드대와 런던보건대학원의 연구원들이 1970~2007년 유럽 26개 국의 경제 변화와 사망자수를 분석해 나온 것이다.
이번 연구 결과 실업률이 3% 증가하면 자살률은 4%, 살인 건수는 6% 각각 증가했다. 특히 알코올 남용으로 사망하는 사람들의 수는 무려 28%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오히려 4% 줄었다.
그동안 경제의 악화가 스트레스를 증가시키고 정신적인 문제를 촉진한다는 분석이 나왔지만, 사람들이 운전하기보다는 걷는 것을 선호하게 돼 신체적으로 더 건강해질 수 있다는 가설도 제기됐었다.
연구진은 "경기 침체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그동안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이번 연구가 그동안의 논란을 종식시키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 40년에 걸쳐 유럽의 실업률 변화 추이에 따른 사망자들의 추세를 분석했다. 그러나 유럽 각 국에 따라 사망자의 추세도 편차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복지가 열악한 동유럽에서는 경기침체의 타격이 컸으며, 복지가 잘 돼 있는 스칸디나비아반도 국가들의 경우 여파는 크지 않았다.
연구를 공동 주관한 옥스퍼드대의 데이비드 스터클러 박사는 이와 관련 "정부가 경기 침체에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지원에 적극 나설 경우 사람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전했다.
런던보건대학원의 마틴 맥키 박사는 "자살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며 "자살률이 증가하는 것은 근로자 가족들의 정신건강이 매우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