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체제가 들어서면서 국민의힘의 '대선버스'도 발차 준비를 시작하게 됐다. 야권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이 버스를 언제 타느냐가 가장 큰 관심사다.윤 전 총장은 여전히 국민의힘 입당에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입당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언제 어떤 방식으로 합류할지만 남았는데, '변화와 공정'을 기치로 내건 이준석 호(號)가 출항하면서 윤 전 총장이 들어올 환경과 명분은 조성됐다는 평가다.무엇보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민주당에 앞서 나가고 있고 윤 전 총장 지지율도 동반 상승하고 있어 이준석-윤석열의 결합은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환경이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7~8일 만 18세 이상 20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40.1%로 기존 최고치(4월5~9일 39.4%)를 경신했다. 이는 국정농단 사태 이후 최고치다. 더불어민주당은 28.6%에 불과했다.이 조사에서 윤 전 총장 지지율도 35.1%로 리얼미터 조사 이래 최고치를 찍으면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경기도지사(23.1%)와 격차를 더 벌렸다(표본오차는 95% 신리수준에 ±2.2%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원회 홈페이지 참조).제1야당과 1위 대선후보가 상승곡선을 함께 탈 때 결합하는 게 가장 최상의 시점인 만큼 윤 전 총장의 입당은 그가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 앞당겨 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여기에다 갑작스레 윤 전 총장에게 '공수처(고위공직자수사처)'라는 악재에 부닥치면서 윤 전 총장의 결심이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다.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윤 전 총장의 입당 문제가 생각보다 쉽게 풀릴 가능성이 있다"라며 "공수처 수사가 시작되면 조직적으로 방어를 쳐줄 수 있는 둥지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이어 "2위 주자군이 부상하지 않으면서 윤 전 총장의 독주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다 야권 전반의 위기의식이 고조되면 입당 논의가 빨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윤 전 총장이 대선을 치를 만한 캠프를 꾸리지 않고 5명 이하의 소규모 조직만 구성한 것도 이미 국민의힘 입당을 염두에 뒀기 때문으로 입당은 일사천리로 이뤄질 거라는 분석도 있다.그러나 양자 간 결합 환경이 조성됐다고 해서 순탄한 입당을 장담하기는 어렵다. 당 내에는 이미 이 대표와 '특수관계'인 유승민 전 의원과 원희룡 제주지사가 대권행 몸풀기에 들어가 있어서다.또 이 대표가 경선 과정에서 '정시 버스론'을 내세우며 윤 전 총장에게 '특별대우'를 해줄 뜻이 없다고 밝힌 점이 윤 전 총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그러나 두 사람의 사적 친소관계를 떠나 대선 승리라는 목표를 향해 '공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당 내에 유 전 의원과 원 지사가 있고 당 밖에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합당을,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복당을 통해 대선 주자는 수적으로는 부족하지 않다. 그러나 지지율 면에서만 봐도 유 전 의원과 홍 의원으로는 여당과 전쟁을 치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걸 아는 이 대표로서는 윤 전 총장의 영입이 필수적이다.윤 전 총장 역시 '기댈 언덕'은 국민의힘밖에 없는 처지다. 제3지대로는 승리한 사례가 없고 대선까지 시간이 촉박한 만큼 조직력 자금력이 갖춰진 제1야당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이준석은 탄핵에 찬성했던 사람으로 탄핵 세력이 주도권을 잡았기 때문에 윤 전 총장으로서는 오히려 관계가 훨씬 편할 것"이라며 "특히 전략적으로 봤을 때 윤 전 총장이 2030세대에 그리 매력적인 후보는 아니어서 이 대표가 이를 해결해 줄 수도 있지 않겠나"라고 했다.다만 형식적으로는 이 대표가 윤 전 총장에 의도적 거리두기를 할 가능성도 있다.이 후보가 자강론을 펼쳤던 만큼 내부에서 대선 주자들이 뛸 공간을 만들어주면서 윤 전 총장에는 어떤 지분을 요구하지 말라는 단호한 모습을 보이고, 윤 전 총장이 이를 수용하는 공정한 장면이 연출되면 중도층이 움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이 대표는 전당대회 하루 전인 10일 CBS라디오 김종대의 뉴스업에 출연해 "저는 대모든 대선 주자에 대해 불가근불가원의 원칙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저라고 윤 전 총장과 연락이 닿을 방법이 없겠나. 그렇지만 특별 예우를 갖추지는 않을 거다. 저는 원래 전화를 먼저 거는 스타일인데 이런 게 처음이라서 먼저 전화를 걸어야 할지 전화를 주실지는 모르겠다"라고 했다.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유력 후보라고 버선발로 뛰어나가고 굽신거리는 모습을 보이면 오히려 후보에게 더 손해"라면서 "이 대표는 이런 점에서 확실히 차별성이 있고 윤 전 총장이 공정한 룰 안에서 경쟁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그로서도 훨씬 좋은 이미지를 가져갈 수 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