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측 어선 '800 연안호'가 인공위성항법장치(GPS) 고장으로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북측에 예인된지 3일로 닷새째가 됐지만 언제 송환될지는 여전히 안개 속이다.
2005년 4월13일 선장이 만취한 상태에서 월선한 남측 어선 '황만호'가 닷새만에, 2006년 12월25일 월선한 '우진호'가 18일 만에 남측으로 송환된 것에 비해 늦은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남북관계가 극도로 얼어붙어 있어 상황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만약 북측이 연안호 문제를 대남 압박의 카드로 사용하기 위해 연안호 선원 조사를 명목으로 억류를 장기화한다면 제2의 개성공단 억류 근로자 유씨 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일 "조선인민군 해군경비함이 7월 30일 우리측 영해 깊이 불법 침입한 남측 선박 1척을 나포하였다"며 "현재 해당 기관에서 그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북한이 연안호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인 상황에서 통신이 '불법침입'과 '나포'라는 표현을 쓴 것은 예사롭지 않은 대목이다.
북한은 앞서 우리 정부가 발송한 연안호 송환 촉구 대북전화통지문에 대해 "연안호를 조사 중이며, 조사 결과가 끝나면 알려주고 결과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종주 통일부 부대변인은 3일 브리핑에서 "오늘 오전 9시30분 남북 해사당국간 통신을 통해 연안호 관련 상황을 문의하자 북측은 '현재 조사 중에 있다'라고만 답변했다"고 밝혔다.
만약 북한이 GPS고장으로 인한 월선이라고 결론내릴 경우 연안호의 송환 날짜가 당겨질 가능성이 크지만 간첩 혐의를 씌울 경우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7일부터 27일까지 실시되는 한미 합동 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도 연안호 문제에 돌발 변수다. 북한은 이 훈련을 대북 적대행위로 간주하고 있어 UFG가 실시되는 동안 항의차 연안호를 잡아둘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일단 남북 해사당국간 통신을 통해 북측과 계속 연락을 취하며 연안호에 대한 조사 상황을 체크하고 송환을 계속적으로 촉구한다는 계획이다.
세종연구소 백학순 수석연구위원은 "남북관계가 정상 기류라면 북측이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연안호를 바로 조사하고 돌려보냈겠지만 지금은 단순 긴장고조도 아닌 파국 직전의 상황"이라며 "이번에는 단순하게 조사하고 쉽게 보낼 것 같지는 않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