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이 방북해 억류된 여기자 송환에 성공함에 따라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에 불똥이 튀고 있다. 미국은 북한과 극도로 관계가 악화된 가운데서도 물밑협상을 통해 자국 국민을 '구출'했지만 우리 정부는 유씨 문제에 전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북한은 지난 2일 개성공단 제3차 실무회담이 결렬 된 이후 개성공단 억류 근로자 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으며, 연안호 문제에 대해서도 엿새가 지나도록 "조사 중"이라는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3차례에 걸친 개성공단 실무회담을 통해 유씨의 소재와 상태를 파악하려고 했으나 그 때마다 돌아오는 북한의 대답은 "유씨는 별 탈 없이 잘 있다"였다. 이 가운데 우리 정부가 북한의 입만 쳐다보며 손을 놓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강경한 대북정책을 이어나가는데다가 이명박 대통령도 연이은 발언으로 북한을 자극해, 억류 근로자 송환을 논의할 수 있는 접촉조차 쉽지 않았던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다. 이제 미국 여기자가 석방됨에 따라 시간을 두고 북한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는 정부가 북한에 먼저 개성공단 실무회담 재개 또는 다른 방식의 대화 테이블 마련을 제안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우리 정부는 뭐하고 있냐"는 식의 여론이 거세질 경우 보다 적극적인 교섭에 나설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에 대해 원색적 비난을 쏟아내고 연안호 송환 등에 대해 소극적 태도를 보인 북한이 갑자기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과 해빙무드를 유지하는 한편 남측과는 당분간 긴장 관계를 유지하는 '통미봉남(미국과 통하고 남한은 배제)'정책을 펴나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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