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그레그(Donald P.Gregg) 전 주한미국대사는 11일 "미국에서는 클린턴 전 대통령이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난 것을 계기로 미국 여기자 구명을 위해 방북 결심을 했다고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병문안 차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입원중인 서울 신촌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을 찾은 그레그 전 대사는 이희호 여사를 만나 "김 전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 진전에 큰 역할을 하신 것"이라며 이같이 전했다. 그는 1989년부터 1993년까지 주한 미국 대사를 지냈으며 이후 2년 간 특사로 활동했다. 현재 코리아 소사이어티 이사회 의장을 맡으며 한미간의 우호증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대표적인 지한파로 손꼽히고 있다. 그는 중앙정보부 주도로 벌어진 1973년 '김대중 동경납치사건' 당시 김 전 대통령의 무사귀환을 위해 막후에서 노력한 인물로 알려졌다. 그레그 전 대사는 이날 병원 20층에 위치한 VIP실을 찾아 이희호 여사를 위로했다. 그는 "한국 방문 일정 중 가장 중요한 일이 병원에 들르는 것이었다"며 "1973년 동경납치 때부터 김 전 대통령의 삶이 나와 함께 연결됐다. 김 전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와 세계 평화를 위한 활동에 깊은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 여사는 "대사께서 73년 납치 위기 때 대통령의 생명을 구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며 "1983년 미국으로 망명할 때 대사 부부께서 많은 도움과 격려를 해준 것에 대해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고 화답했다고 김 전 대통령측은 전했다. 그레그 전 대사는 "허바드(Thomas C. Hubbard) 현 주한 미국 대사가 회의 참석을 위해 같이 오지 못했다"며 "걱정하는 마음을 저를 통해 전했다"고 덧붙였다. 사진=도널드 그렉 전 주한 美 대사가 11일 오전 서울 신촌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 입원 중인 김대중 전 대통령의 병문안을 마친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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