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규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린 17일 여야는 김 후보자의 도덕성 검증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은 위장전입과 이중 소득공제, 아파트 '다운계약' 등 각종 의혹에 대해 치열한 공세를 퍼부은 반면, 여당은 야당의 파상공세를 차단하며 검찰총장으로서 업무수행 능력 등을 검증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박지원 의원은 아파트 '다운계약' 의혹과 관련, "김 후보자는 1999년 대방동 아파트를 매각하면서 구매자에서 1940만원을 탈세하게 방조했고 현재 살고 있는 신동아아파트를 살 때에는 940만원 정도를 탈세했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자는 "세금을 덜 내려 한 게 아니라 당시 관행에 따라 부동산 중개업소 안내로 작성했다"며 "양도소득세 신고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관인계약서를 낼 필요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이중 소득공제 의혹과 관련, "김 후보자는 신용카드 공제 내역과 관련해 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자는 "해당 내용을 파악한 뒤 (부당공제) 차액을 바로 납부토록 조치했다"며 "세심히 챙기지 못한 불찰이 있다"고 밝혔다.
결국 김 후보자는 이중 소득공제와 아파트 '다운계약' 및 탈세 의혹에 대해 "결과적으로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사죄했다.
또 박 의원은 "김 후보자가 장인으로부터 받았다는 5억원 무기명채권의 자금 출처가 분명하지 않다"며 "김 후보자 장인 이력을 봤을 때 5억원이라는 돈이 형성될 수 있다는 타당성을 찾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요트를 즐겼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해양경찰서에 신고한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며 수상레저안전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박지원 의원은 "김 후보자가 2004년부터 5년간 22번의 해외여행을 통해 191일동안 해외체류를 했다"며 "공적인 출장인지, 사적인 여행인지 해명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이날 인사청문회에서는 김 후보자가 2001년 창원지검 차장검사 재직 당시 매형의 선박회사 보험사기 사건 수사에 영향력을 끼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민주당 이춘석 의원은 "당시 김 후보자의 매형이 사건에 공모한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돼 달아나 지명수배된 적이 있다"며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긴급체포 승인을 했지만 불과 40분 뒤에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석방됐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자는 "그 회사는 매형이 운영하다가 사업에 실패한 회사인데 구체적인 내용은 알지 못한다"며 "해양경찰청에서 수사한 사건으로 체포영장 발부 당시에는 몰랐다. 매형이 민망하니 얘기 안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에 이 의원은 "당시 긴급체포를 4시20분에 했는데 5시에 석방지휘가 나왔다"며 "김 후보자는 모른다고 하지만 A급 지명수배자가 40분 만에 집으로 편안하게 돌아간 것이 공정한 법 집행이라고 생각하냐"고 김 후보자를 강하게 추궁했다.
이 의원은 이어 '당시 담당검사에게 전화를 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고, 김 후보자는 "담당검사에게 전화해보고 매형이라는 사실은 고지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김 후보자는 "한 점 부끄럼 없다. 영향력을 행사한 적 없고 개입한 바 없다"며 수사 개입 의혹을 부인했다.
반면, 한나라당 의원들은 야당의 파상공세를 차단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는 도덕성과 관련한 쟁점 의혹에 대한 질문을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나라당 박민식 의원은 "김 후보자가 탄 세일링 요트를 조사해보니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탄 요트와 비슷하다"며 "'호화·귀족 검사'라는 인식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는 온당치 못하다"고 반박했다.
손범규, 주성영, 주광덕 의원 등은 김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에 대한 질문은 피하고, 검찰 중립성과 검찰개혁, 향후 지휘 방향 등 검찰총장으로서 업무수행 능력을 검증하고 김 후보자의 생각을 듣는데 주안점을 뒀다.
하지만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와 눈길을 끌었다.
한나라당 홍일표 의원은 김 후보자의 대전고검장 재직 당시 미스코리아대회 심사 논란과 관련, "사정기관의 수장으로서 그런 대회에 나가 심사를 맡는 것이 적절하지 않고 공무를 소홀히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김 후보자는 "사려 깊지 못한 행동으로 비춰질 수 있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