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요금 논란의 '태풍의 눈'이었던 10초 과금체계가 1초 단위로 바뀐다. 2000년 이후 처음으로 가입비가 내려가고, 장기가입자들은 기본료 인하를 포함한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 또한 가입자들의 혼란을 초래할만큼 복잡하다는 지적에 따라 현재 이통사들이 운영 중인 약 300개의 요금제도 70개로 대폭 줄어든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25일 SK텔레콤과 KT, LG텔레콤 등 이통 3사의 실무진들이 모인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이동통신 요금 인하 정책 방안을 27일 발표했다. 방통위는 이러한 요금인하 방안의 시행에 따라 7∼8% 정도의 통신비 인하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SK텔레콤, KT, LG텔레콤 등 이통 3사는 ▲1초 과금 방식 도입 ▲가입비 인하 ▲장기가입자에 대한 요금인하 ▲무선데이터 요금인하 ▲선불요금제 활성화 ▲기타 무선부분 요금 인하 ▲유선부분 및 결합상품 요금 인하 등으로 구성된 요금 인하의 기본 방향을 이날 각각 소개했다.
다만 초당과금제의 경우 SK텔레콤만이 도입 방침을 알렸으며, 가입비 인하도 SK텔레콤과 KT만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오는 11월부터 현행 5만5000원인 가입비를 4만 원으로 27% 내리고, KT는 현행 3만원에서 20% 줄인 2만4000원으로 내린다. 기본료 인하 역시 이통 3사가 모든 고객들에 적용하는 대신, 장기가입자 등 특정 고객들을 대상으로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방통위는 "1초 과금제 도입에 전사업자가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1996년 10초과금제 도입이후 13년 만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난 것"이라며 "단순한 서비스 변화가 아니라 과금 요금체계의 근본적인 변화가 이뤄졌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2000년 이후 최초로 가입비가 인하됐으며, 장기가입자에 대한 기본료도 인하했다"며 "이번 통신요금 인하는 더 많은 국민에게 더욱 저렴한 가격으로 질 좋은 통신서비스 제공하자는 정부의 목표에 한 발짝 다가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평했다.
◇이통 3사, 요금인하 방안에 무얼 담았나
먼저 SK텔레콤은 3사 중 유일하게 내년 3월 중 과금 단위를 현행 10초 단위에서 1초 단위로 전격 개편, 모든 요금제에 전면 적용한다고 밝혔다. 특히 일부 국가들과는 달리 별도요금(Call Setup Charge)을 부과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SK텔레콤은 이번 과금 체계 변경으로 연간 총 2010억 원의 요금경감 효과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가입비를 27% 인하, 연간 1120억 원 규모의 경감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장기가입자할인, 선불요금 인하 등 시장경쟁을 통한 경감방안과 무선인터넷 정액요금 사용량 확대 등 무선인터넷활성화방안, 청소년요금 등 요금체계 개선을 통한 고객만족도 제고방안 등을 내놨다. SK텔레콤은 이번 요금인하방안을 통해 연간 최대 1조700억 원의 요금경감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으며, 10월부터 순차적으로 시행에 들어갈 방침이다.
KT는 ▲홈 유무선융합(FMC) 서비스 출시 ▲집전화 '전국단일요금제'출시 ▲무선데이터 요금 인하 등 합병에 따른 기술혁신 성과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요금절감 방안을 통해 2010년까지 7144억 원의 혜택을 고객에게 돌려주겠다고 밝혔다.
기존에 일반휴대폰을 이용하던 고객이 내달 출시 예정인 홈FMC 휴대폰을 통해 인터넷전화(VoIP)요금으로 통화할 경우 기존의 이동전화에서 집전화로 발신하는 요금은 3분당 324원에서 39원으로 약 88%, 이동전화간 요금 또한 10초당 18원에서 13원으로 약 28% 절감된다. 이 밖에도 시외전화를 시내전화와 동일한 요금으로 통화하게 해 주는 '전국단일 요금제'에 3년 약정 시 시외 요금을 3분당 261원에서 약 85% 인하된 39원으로 통화할 수 있다. KT는 이 같은 다양한 요금절감 효과는 2011년에는 최소 약 1조 2000억 원에서 최대 약 1조 5000억 원에 이르는 규모의 절감혜택을 국민들이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LG텔레콤은 ▲'보조금?요금할인 선택제' 도입 ▲스마트폰용 무선 데이터 요금 상품 출시 및 선불요금 인하 ▲인터넷전화 결합 할인 등의 요금인하를 11월 중 실시키로 했다. LG텔레콤은 우선 휴대폰 보조금을 요금할인으로 전환한 '보조금?요금할인 선택제'를 통해 약정기간 및 할부지원이 없거나 만료된 가입자가 18개월 또는 24개월 가입을 약정하면 통화요금에 따라 11%~25%까지 통화요금을 할인해주기로 했다. 이 밖에도 현행 2만 원에 1GB까지 제공하던 스마트폰용 데이터요금도 절반인 1만 원으로 대폭 내린 요금제 출시와 더불어 소량 이용자들을 위한 선불요금제의 요금을 현행 10초당 65원에서 49원으로 인하한다. 또한 myLG070 인터넷 전화와 LG텔레콤의 이동전화 결합상품 가입자의 유무선 통화료가 50% 할인되는 요금제도 내놓는다. LG텔레콤은 이번 요금인하방안을 통해 내년 1670억 원에 이르는 요금 경감효과를 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방통위, "20% 인하 목표 달성 가능하다"
한편 방통위는 '경쟁이 활성화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통한 시장 자율적으로 인하돼야 한다'는 원칙 아래 이번 통신비 요금 인하 방안을 마련했다. 기본료 등을 일률적으로 인하하는 것 보다는 이동통신 산업의 취약점을 보완하고 모든 국민에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도록 선택과 집중을 해 요금 인하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현 정부의 방침이다.
특히 방통위는 이번 요금인하 방안을 이끌어내기 위해 처음으로 행정지도에 나섰는데, 이는 비권력적 행위로 구속력이 없어 상대방의 자율적 의사를 존중하도록 돼있다. 따라서 시장 경쟁활성화 등을 통해 요금을 인하하겠다는 기본 원칙을 토대로 사업자들의 자율적 인하 방안을 유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신용섭 방통위 통신정책국장은 "요금인하는 지금까지 이룩한 IT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유지하고 세계최고의 통신품질을 유지하면서도 전 국민의 부담을 최소화 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며 "이에 마케팅 경쟁에 사용되는 비용 등 여력이 있는 부분을 찾아내 이를 요금인하나 투자로 전환되게 유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방통위는 요금인하를 통한 가계통신비 절감과 관련 산업의 지속 발전을 유도하기 위해 이 같은 요금인하의 기본 방향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사업자의 자율적인 협조를 이끌어냈다"고 부연했다.
한편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그동안 "내년 말까지 통신비 인하 20%라는 대통령 공약을 실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공언해온 가운데, 방통위 측은 이번 방안 시행과 함께 재판매제도(MVNO)가 도입될 경우, 20% 인하 목표 달성은 충분하다는 입장을 내보이고 있다.
신 국장은 이와 관련, "요금인하 효과만으로 경감액을 추정하기 어렵다"면서도 "다만 기타변수가 지난해와 동일하다고 보고 추정할 때 지금까지 7~8% 떨어진다는 것을 감안하면 전체 17~18%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MVNO가 도입돼 경쟁이 활성화 된다면 20% 효과는 충분할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방통위는 20% 인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MVNO 법안이 통과되면 도매대가 산정기준 등 제도시행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 활성화를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MVNO나 주파수 재배치를 통해 신규사업자로 진입하려고 하는 경우에는 적극 지원하고, 가입자식별모드(USIM) 활성화를 통해 경쟁 환경 조성에도 적극 노력할 방침이다.
(사진설명)=신용섭 방송통신위원회 통신정책국장이 지난 25일 방통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동통신 요금 인하 정책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