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국민의힘 대통령후보로 선출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검찰총장 출신으로는 최초로 대권에 도전하는 기록을 남겼다. 살아 있는 권력에 칼을 겨누며 문재인 정부와 각을 세웠던 윤 후보는 검사 시절 쌓아올린 '법치의 상징'이라는 기대감으로 국민의 지지를 받았지만 대권 도전 과정에서 거듭된 실언으로 '정치 신인'으로서 혹독한 신고식도 치렀다.
그는 '적폐청산' 수사를 진두지휘하며 2019년 7월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총장에 취임했으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수사를 계기로 정부여당과 갈등을 빚은 끝에 지난 3월 임기를 142일 남기고 사퇴했다. 검찰에서 26년 일했다.
퇴임 후 118일간 잠행하다가 지난 6월 대권 도전을 선언하고 7월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지난 대선 대통령후보(당시 자유한국당)였던 홍준표 의원과의 치열한 접전 끝에 5일 후보로 최종 확정됐다.
◆ 강골 '칼잡이' 문 정부와 각 세우다
윤 후보는 1960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대학교수 부부의 1남 1녀 중 첫째로 태어나 부친의 권유로 서울대학교 법대에 진학했다. 재학시절 모의재판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뒤 외가가 있던 강릉으로 석 달간 피신한 일은 유명한 일화다.
대학을 졸업하고 '9수' 만에 사법시험에 합격한 윤 후보는 늦깎이 검사로 출발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 들어서 굵직한 특수 사건에 투입되며 '칼잡이'로 명성을 쌓았다. 2002년 잔시 검사 옷을 벗고 대형 로펌에서 변호사로 근무했으나 1년만에 검찰로 복귀했다.
2003년 SK 분식회계 사건과 불법 대선자금 사건을 시작으로 현대차그룹 비리 사건,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 삼성그룹 비자금 사건, BBK 특검, 부산저축은행 사건, 국정원 댓글 사건 등 굵직굵직한 수사를 맡았다. 이처럼 대형 사건을 맡아 이명재·정상명 전 검찰총장 등의 눈에 들어 대형 사건 수사 때마다 차출됐고, 그 덕분에 대검 중수부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요직을 두루 거쳤다.
윤 후보가 국민의 시선을 잡은 것은 2013년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 국회 국정감사에서 윗선의 수사 외압을 폭로하면서다. 당시 한나라당 정갑윤 의원의 날선 질문에 "저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고 발언해 주목을 받았다.
그 후 박근혜 정권의 눈에서 멀어진 그는 지방 고검 검사로 좌천, 4년여간 유배지를 떠돌며 인고의 세월을 보냈으나 부당한 압력에 굴하지 않는 '강골 검사' 이미지를 대중에 각인시켰다.
특수통 검사로서의 명맥이 끊어지는 듯했으나 2016년 탄핵 정국에서 최순실 특검 수사팀장을 맡으면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그 후 문재인 정부 들어 국정농단 수사의 주역으로 세운 공을 인정 받아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승승장구했다.
검찰총장으로 임명된 후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조국에게 칼을 겨누면서 현 정부와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윤 후보는 "살아있는 권력에도 엄정해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당부를 문자 그대로 행동에 옮겨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전방위 수사를 밀어붙였다.
조 전 장관 후임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의 '추·윤 갈등'에 중대범죄수사청 설립을 시도하는 여권과의 정면충돌이 겹치며 현 정권과의 불화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접어들었다. 그러다가 지난 3월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는 말을 남기며 정치권에 뛰어들었다.
◆ 정치 신인에서 일약 대통령 후보로
문재인 정부와 대척점에 세우며 정치권에 뛰어든 윤 후보에게 야권과 보수 세력은 즉각 환영의 손길을 뻗쳤고 각종 차기 대권주자 여론조사에서 여야를 통틀어 지지율 1위를 달렸다.
퇴임 후 3개월 가까이 숙고하던 윤 후보는 6월 29일 대권 도전을 기정사실로 선언했고 보수 진영의 절대적인 지지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정치 신인으로서의 시련은 적지 않았다. '윤석열 X파일' 논란으로 도덕성 리스크가 부각됐고, 잇따른 실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7월 말 국민의힘에 기습적으로 입단한 후 이준석 대표와 불화설이 불거졌고 '전두환 옹호 발언'과 '개 사과' 논란은 경선 막바지에 불거진 절대적인 실책으로 손꼽힌다.
그러나 윤 후보의 캠프에 현역 야당 국회의원들이 대거 합류했고 거대 조직을 끌어 안은 윤 후보는 국민 여론조사에서 앞섰던 홍준표 후보를 결국 제쳤다.
윤 후보는 52세에 12살 연하인 김건희 씨와 결혼했다. 슬하에 자녀는 없으며, 반려견 4마리와 반려묘 3마리를 키우고 있다.
▲1960년 서울 서대문구 ▲충암고 ▲서울대 법학과 ▲사법시험 33회 ▲'국가정보원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장 ▲대구고검·대전고검 검사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팀 수사팀장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 ▲제20대 대통령선거 국민의힘 후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