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따라 신규 원전 2기 건설을 추진하고 있지만, 당초 연말까지로 예정됐던 부지 선정이 지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전임 정부에서 수립한 11차 전기본은 2037∼2038년 총 2.8GW(기가와트) 규모의 신규 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자로(SMR) 1기를 도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2015년 7차 전기본 이후 10년 만에 발표된 신규 원전 건설 계획으로, 원전 업계와 지역 사회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그러나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연내 발표를 목표로 부지 선정 절차를 빠르게 추진하려는 것을 두고 '국민 여론 수렴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나오고 있다. 공모 절차에서부터 지역 주민 의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한수원이 건설 일정 속도전에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이다.30일 원전 업계에 따르면 한수원은 지난 2월 11차 전기본 확정에 따라 신규 대형 원전 2기와 SMR 1기의 부지 확보를 위한 부지 선정 절차를 추진 중이다.    한수원은 지자체의 자율유치 공모→부지 평가·선정→부지 통보→예정구역 지정 신청 등의 과정을 거쳐 올 연말께 최종 부지 선정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원전 유치를 희망하는 지자체는 지방의회 동의 서류를 첨부해 신청서를 기한 내 제출하면 된다. 공모에 참여하는 지역에 대해서는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부지선정평가위원회의 평가 후 신규 원전 부지로 최종 선정된다.한수원은 하반기 중 이 같은 절차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예정이다.    한수원 측은 "원전의 수용성과 안전성을 전제로 지자체의 자율 유치 공모 방식으로 추진 예정"이라며 "공모 착수 전에 상세 절차를 공지하겠다"고 밝혔다.하지만 여당 내에서는 연말을 목표로 신규 원전 부지를 성급히 결정하기보다는, 정부가 국민 여론을 충분히 수렴한 뒤 신중히 선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기조와 차별화해 합리적인 에너지 믹스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이미 확정된 11차 전기본을 전면 수정할 가능성은 낮지만 지역 주민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부지 선정을 졸속으로 진행해선 안 된다는 논리다.특히 '지자체 자율 유치 공모'를 먼저 받겠다는 한수원의 계획에 대해 여당 내 반발이 적지 않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김원이 의원은 "전문가들이 어느 정도의 가이드라인을 갖고 적합한 부지 몇 군데를 먼저 제시한 뒤, 이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동의 절차를 밟는 게 합리적인 절차"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지역 주민 동의부터 받아놨는데, 전문가 평가 결과 해당 지역이 '부적합'으로 뜨면 지역 주민들의 실망은 어떡하겠는가"라며 "한수원이 행정편의주의적으로 접근해 올 연말을 목표로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여기에 새 정부의 조직개편 논의도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에너지 정책 조직이 신설될 기후에너지부로 이관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정부도 신규 원전 건설 추진에 곧바로 속도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이 같은 불확실성 속에 연내 부지 선정은 물론 향후 신규 원전 건설 전체 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전기차 등으로 전력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상황에서 SMR을 포함한 원전 산업은 장기적 비전과 정책 일관성에 따라 추진돼야 한다는 점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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