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채 80일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국민의힘 이준석 당대표와 조수진 최고위원의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대선국면에서 선대위 수뇌부의 갈등이 밖으로 표출된 것도 문제지만, 개인적인 앙금이 선대위 안에서의 권력싸움으로 확대된 것이 더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 대표는 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에서 당연직인 상임선대위원장인 동시에 홍보미디어총괄단장을 맡고 있고, 조 최고위원은 중앙선대위 공보단장이다. 선대위에서 핵심 포스트를 차지하고 있는 이 대표와 조 최고위원의 갈등을 두고 당 내에선 "그동안 조금씩 누적된 앙금이 폭발한 것"이라는 말도 흘러나온다. 이 대표와 조 최고위원의 갈등은 지난 20일 선대위 비공개 회의에서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후보측 핵심 관계자)'을 인용한 일부 언론보도에 대한 대응을 놓고 서로 다른 시각차를 드러낸 것이 발단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조 최고위원이 윤석열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 의혹 대응과 관련, '후보의 뜻이다. (후보가) 사과를 했는데 원내에서 도와주지 않는다'는 취지의 발언을 전달하자, 이 대표는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자신의 책임론을 제기하는 일부 언론보도를 지적하고 "공보단장이면 대응을 좀 하라"고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조 최고위원이 "내가 왜 말을 들어야 하냐, 나는 후보 말만 듣는다"고 받아쳤고, 격분한 이 대표가 "내가 상임 선대위원장인데 그럼 누구 말을 듣느냐"고 따지면서 책상을 내리치고 회의장을 나갔다. 이 대표는 한 방송에 출연해 "본인이 맡은 업무에 맞는 것을 지시했는데, 본인은 상임선대위원장 말은 들을 필요가 없다고 공개 발언하는 바람에 언성이 높아졌다"며 "(조 최고위원은) 후보 말만 듣겠다고 했다. 그렇게 할 것 같으면 선대위가 필요 없다"고 불쾌감을 드러냈고, 조 최고위원이 "현재 발생되는 일련의 상황은 모두 내 책임"이라는 짧은 입장을 언론을 통해 피력하면서 갈등은 일단락되는 분위기였다.하지만 조 최고위원이 보수성향의 '가로세로연구소'에 출연하는 한 유튜버가 만든 '이준석 황당한 이유로 난동, 정신 건강 우려된다, 지금이라도 사퇴시켜야'라는 제목의 유튜브 링크를 일부 기자들에게 전송한 사실이 알려지면셔, 이 대표가 "왜 공보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고 이준석 정신건강을 걱정하는 링크를 언론인에게 전송하고 있나. 게다가 아침에 사과하고 저녁에 도발하는 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그냥 알아서 거취표명 하시라"면서 사퇴를 요구하면서 서로 고공전을 이어갔다.조 최고위원은 전날 밤 SNS에 "여유가 없어 벌어진 일이지만, 이유를 막론하고 잘못된 것이다. 이준석 대표님에게 사과드린다"며 다시 사과했지만, 이 대표는 다음날인 21일 아침 SNS에 "여유가 없어서 당대표 비방하는 카톡을 언론에 돌린 건 이재명 후보가 누구 돕다가 음주운전했고 누구 변호하다가 검사사칭했다는 이야기랑 같은 맥락"이라며 "공보의 역할이 기자에게 가세연 링크 던져서 설명하는 방식인가? 후보자 배우자 문제도 이런 수준으로 언론대응 하시나? 더 크게 문제 삼기전에 깔끔하게 거취표명 하시라"고 재차 사퇴를 압박했다.당 일각에선 이 대표와 조 최고위원의 갈등을 두고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두 사람의 충돌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이 대표와 조 최고위원은 지난 10월에도 곽상도 전 의원의 제명 문제를 놓고 정면충돌한 적 있다. 당시 이 대표가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해 당시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의 아들 '퇴직금 50억원' 문제 등 현안을 논의하려 하자, 조 최고위원은 제명 추진으로 받아들여 "곽 의원이 화천대유에 뇌물을 받은 정황이 있는가. 전두환 신군부도 이렇게 안 한다"며 반발했고 이 대표는 "훈계하지 말라"고 응수했다.조 최고위원이 공보단장을 맡은 후 카드뉴스를 내놓은 데 대해서도 이 대표는 공개적으로 불만을 내비친 바 있다. 최근 조 최고위원이 페이스북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비판하는 카드뉴스 게시물을 올리자, 이 대표는 "카드뉴스 이래서 안 만든다고 한 건데"라고 평가절하한 바 있다.이런 가운데 이 대표는 당초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이날 오후에 예고하면서 '이·조 갈등'은 분수령을 맞게 될 전망이다.이 대표는 일부 언론에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조 최고위원이 사퇴하지 않을 경우 본인이 선대위 보직을 내놓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알려진다. 대선정국에서 당대표가 상임선대위원장직을 사퇴하는 초유의 일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조 갈등'의 불똥이 자칫 윤석열 후보로까지 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이 당내에서 확산되고 있다.이를 두고 이 대표가 조 최고위원에게 거취에 대한 결단을 종용하기 위해 벼랑끝 전술로 사퇴를 압박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당대표가 상임선대위원장직을 내려놓을 경우 선거 판세에도 상당 부분 영향을 줄 수 있는 부정적인 악재로 작용하기 때문에 조 최고위원의 선대위 보직 사퇴로 이번 내홍을 매듭지을 것이라는 전망이다.당 내에서도 조 최고위원의 사퇴를 종용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홍준표 의원은 "이 대표가 극약처방을 해서라도 당 기강 바로잡고 트러블 메이커들은 쳐내야 (한다)"고 했고, 하태경 의원은 "이준석 대표 없는 대선은 지는 게임"이라며 사실상 조 최고위원의 결단을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장제원 의원은 이 대표와 조 최고위원을 모두 비판하면서도 조 최고위원을 향해 "공보단장이라는 분은 어디서 함부로 후보의 뜻을 팔고 다니느냐. 당대표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려면 분명한 명분이 있어야지 당장 사과할 일을 왜 하느냐"고 꼬집었다. 김용태 최고위원은 "조수진 위원님께서 보여주신 공개적인 항명과 상식 이하의 행동은 전쟁을 치루고 있는 선대위에서는 결코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라며 "이준석 당대표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선대위에서 물러나시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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