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법 무효확인 청구를 기각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오자 한나라당은 '기각'이라는 결과를 강조하면서 환영의 뜻을 표한 반면, 야권은 "술은 마셨으나 음주운전이 아닌거냐"며 헌재의 결정이 모순된다는 점을 비판하는 등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먼저 한나라당은 29일 이같은 헌재의 결정에 대해 "미디어법 통과에 대한 위헌시비의 근거가 종결됐다"고 환영의 뜻을 표했다.
한나라당 조해진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헌재가 미디어법 가결을 유효하다고 밝힌 것은 의회의 자율성을 존중해온 사법부의 전통적 입장을 견지한 것으로 본다"며 이같이 밝혔다.
조 대변인은 "이번 결정으로 미디어법 통과에 대한 위헌시비의 근거가 종결된 만큼 야당은 더 이상 정략적 공세를 그만둬야 한다"며 "미디어법에 대한 헌재의 결정이 나온 만큼, 이제 야당은 헌정질서를 무시하는 정략적 공세를 그만두고, 미디어법 선진화를 위한 후속조치를 추진하는 데 협력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또 "헌재가 열거한 일사부재의, 심의표결권 등 절차적 문제는 원천적으로 야당의 폭력적 행위에서 야기된 것"이라며 야당이 본회의장 출입을 봉쇄한 점을 들어 "이로 인해 여당 의원들의 심의표결권 뿐만 아니라 국회기능이 심각하게 훼손된 것"이라고 사태의 원인을 야당에 돌렸다.
이와 반대로, 야권은 헌재 판결에 대해 "술은 마셨으나 음주운전은 아니다는 식의 정치 판결"이라고 일제히 비난하면서 유감을 표시했다.
민주당 노영민 대변인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헌재가 날치기 처리된 신문법과 방송법에 절차적 위법성을 인정하고도 성공한 쿠테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해괴한 논리로 효력무효 청구를 기각했다"며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강조했다.
노 대변인은 "이는 국회에서 다시 결론을 내라는 책임회피성 판결"이라며 "다만 헌재가 심의표결권을 침해하 대리투표 및 일사부재의 위반을 인정해 절차적 위법성을 확인한 만큼 국회에서 스스로 절차적 위법성을 해소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민주노동당 백성균 부대변인은 "헌재의 판결은 '술은 마셨으나 음주운전은 아니다', '사람은 죽였으나 살인은 아니다'식의 판결"이라고 비꼬았다.
백 부대변인은 ""헌재는 법을 무기로 스스로도 말이 안 되는 내용을 합리화했다"며 "국민적 상식을 처참히 무너뜨린 정치 재판"이라고 비난했다.
창조한국당 김석수 대변인은 논평에서 "사법적 최종 판단기구인 헌재마저 정권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는 사실을 온 처하에 드러낸 결정"이라며 "헌재의 공신력을 스스로 땅에 떨어뜨린 것과 다름없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김 대변인은 "'정치적 고려'의 유혹에 빠져버린 헌재의 이번 판결은 매우 유감스럽다"며 "향후 정부 여당이 주도권을 잡았다는 오판으로 노골적인 언론장악을 밀어붙일 경우 국민과 함께 막아낼 것"이라고 경고했다.
진보신당 김종철 대변인은 "지난 7월 언론법 통과 당시 대리투표 등 명백한 불법투표의 증거가 존재하고 야당 의원들의 권한이 침해됐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개정 법률은 유효하다는 모순된 판결을 내렸다"며 "이러한 모순된 판결을 이해할 국민이 어디 있겠는가"고 반문했다.
김 대변인은 "헌재의 판결로 이후 한나라당의 오만과 독선은 더욱 강화될 것이고, 헌재가 다수당의 횡포를 인정한 만큼 민주주의의 원칙이 지켜질 리 없다"며 "오늘은 민주주의와 언론자유가 짓밟힌 부끄러운 날로 기록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자유선진당은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한 한나라당과 폭력사태를 야기한 민주당이 모두 잘못했다는 의견을 내놨다.
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서면 논평을 통해 "비록 기각결정이 났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의회민주주의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절차적 정당성이 충분히 담보돼야 한다"며 "그런 점에서 한나라당은 좋아할 것이 아니라 머리 숙여 반성하고 참회해야 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