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항상 시간이 모자란다고 불평을 하면서 마치 시간이 무한정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고대 로마시대 철학자 루시우스 세네카의 말이다. 현대인도 마찬가지다. 화가 송영희(28)는 이런 현대인의 모습을 작품에 투영한다. 붉은 바탕 체스판 무늬 천 조각 위에 시계와 숫자가 널브러져 있다. 텅 빈 빨간 배경은 욕망의 현실 세계다. 숫자판 없는 시계와 체스판에 흐트러져 있는 숫자는 의미 없이 존재한다. 그녀는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조차도 없는 현대인들의 삶을 작품 속에 녹여냈다”며 “이는 곧 치유의 과정”이라고 소개한다. 떨어져 나간 시간은 치유의 바늘로 깁는다. 한 땀, 한 땀 바늘로 꿰매는 과정이 지루할 수 있겠다. “숫자에 집착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치유해 나감과 동시에 반성해 나가는 작업”이라며 “반성은 곧 나에 대한 반성”이라고 설명한다. “기능을 이미 잃은 시계는 시간에 쫓기는 나의 삶을 반영한 것”이라며 “전쟁터인 미술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강박관념을 작품에 표현했다”는 고백이다. 바늘과 실은 스트레스 해소에 좋은 재료다. “직선과 직선이 만나 곡선을 이루면 포근하게 느껴진다. 작업은 반성의 시간이고 내 자신을 되돌아보게 했다”며 만족한다. 송영희는 서울 서초1동 세오갤러리에서 ‘바느질된 욕망의 기호’ 전을 26일까지 연다. 세오갤러리가 선정한 올해 다섯번째 영 아티스트다. 시계와 숫자가 등장하는 ‘빼어날 수(數)’ 시리즈는 작가가 바라보는 세계를 기호로 상징하거나 조합해 구성했다. 비판과 희망적 메시지를 동시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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