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6·1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17곳 가운데 무려 12곳에서 승리했다. 대구·경북을 제외하고 15곳을 내주었던 4년 전에 비하면 만족한 성적표는 아닐지라도 윤석열 대통령에게는 큰 힘이 되고 있다. 5년 만에 대통령 권력을 바꾼 민심은 이번 선거에서 지방 권력도 바꾸어 놓았다. 이 가운데 흥미로운 것은 막판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한 경기도지사 개표결과는 두 달 전 0.73%포인트 차이로 끝난 대선 때의 박빙의 승부처와 별반 다를 바 없었지만 나머지 12곳 광역단체장은 확실한 승자를 내놓았다. 국민의힘이 12곳 승리는 서울, 인천, 대전, 충남, 충북, 강원에서의 선전 덕분이다. 2016년 총선부터 2020년 총선까지 당명을 바꿔가면서 선거를 치렀지만 내리 4연패 하는 수몰을 겪었다. 특히 2018년 지방선거와 지난 총선에서 기록적 참패를 했던 정당으로서는 오랜만의 연승으로 분위기가 고무돼 있다.   지방선거를 면밀히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국민들은 갓 출범한 윤석열 정부에 견제보다 지원이 필요하다는 걸 명확히 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대선이 정권 교체의 전반전이라면 지방선거는 정권 교체의 후반전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대통령실 이전 논란과 이어진 인사 실패 논란으로 불안정하게 출발한 윤석열 정부로선 안도의 숨을 내쉴 수 있게 됐다. 여권은 인사 비판을 수용하고 개선하려고 했고, 대통령의 5·18 기념식 참석으로 통합 의지도 보였다. 국민과 소통하려는 행보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의 협조나 양해 없이 어떤 입법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판단하고 협치와 대화 통합의 길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선거에 있다고 승리감에 도취할 일은 아니다. 보수 텃밭 경북에서 무소속이 기초단체장에 3명이나 당선되지 않았는가. 무소속 선택은 항상 민심을 살피고 초심을 잃지 말자는 경고로 보면 된다. 대통령·지방 권력을 차지해도 국회 권력은 여전히 민주당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염두에 둬야 한다. 대부분 지역에서 표차를 늘렸다곤 하나 투표 참여 자체가 적었기 때문이다. 두 달 전 유권자의 77.1%인 3407만여 명이 투표장을 찾았지만 이번엔 27%나 뚝 떨어진 2256만여 명이 투표에 참가해 50.9%에 그쳤다. 2002년 지방선거 이래 역대 두 번째로 낮은 투표율이다.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민주당은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사의를 표하고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민주당은 다수의석을 앞세워 검찰 수사권을 박탈했고 입법독주의 횡포가 도를 넘었다. 이런 와중에 대선과 지방선거를 치르면서 성적표가 좋게 나왔을 뿐인데 여권인 국민의힘이 잘해서가 아니다. 민주당이 워낙 못해서였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이후 반성하기는커녕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의 태도로 일관했다. 패배 당사자인 이재명 후보가 이례적으로 조기 등판하며 민주당 ‘텃밭’에 출마했는가 하면 '검수완박'법안을 강행하고,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의 '586 퇴진론' 등 개혁 목소리를 억눌렀다.   민주당은 김포공항 이전을 둘러싼 혼란을 자초해 실망스러운 행태를 보였다. 여야 모두가 철저한 자기반성과 혁신이 필요하다. 신뢰받는 정치인이 되려면 향후 2년 이내( 2024년 4월)실시되는 총선에서 국회의원부터 대폭 물갈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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