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쇄신에 나선 거대 야당 민주당은 비대위 구성과 함께 6·1지방선거 패배 원인 찾기에 나셨다. 새로 구성된 우상호 비대위원장과 비대위원은 8월 말로 전당대회까지 당 관리와 평가·쇄신 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비대위는 전당대회를 공정하게 관리하고 당 쇄신을 위해 비전이나 공약을 제시해 당을 더 책임 있게 바꿔 간다는 구상이다. 비대위 기간이 짧아 실질 권한이 없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지만 이번 비대위는 철저하게 민주적 과정을 통해 합법성과 대표성을 부여했다. 중립적인 인물인 비대위원장 선출은 획기적이다.
우 의원은 4선 중진으로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해 기득권을 내려놨고 경선 과정에서 중립을 지켰기에 조정·화합 없이 리더십으로 현 위기를 잘 타개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그래서인지 우 비대위원장은 취임하기 바쁘게 대선·지선 패배 원인을 찾아 책임론을 종결지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지선 패배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처리에서 찾아야 한다. 검수완박 법안을 다수당의 힘으로 밀어붙인 이후 국민들이 등을 돌리면서 격량 속으로 빠져들지 않았는가. 당시 야당인 국민의힘과 시민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검수완박'이 안 되면 세상이 끝날 것처럼 밀어붙였다. 검수완박 법안은 검찰에 남아 있는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에 대한 수사권을 빼앗는 내용이다.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을 개정해 검찰의 수사 권한을 완전히 박탈하겠다는 의도다.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도 민주당이 임시국회 회기를 짧게 잘라서 처리하는 '살라미'로 무력화시켰다.
결과는 지선에서 나타났다. 국민적 공감대가 전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통과된 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분노가 표출한 것이다. 2년 채 남지 않은 총선에 이기려면 비대위에서 검수완박을 고집한 의원이 누구인지 찾아내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 국민의힘과 정의당이 반대하고 있고 진보성향의 민변이나 참여연대까지 우려 표명과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지만 지도부에서 틀어막았다. 지금도 국민을 위한 법이 아닌 국민을 해(害)하는 '괴물 법안'으로 꼬리표가 달려있다. 검수완박은 지선 목전인 5월3일 국회를 통과시켰다. 민주당의 독주는 권불십년이 아닌 권불 1개월에 낭패를 봤다.
여야는 두번 째 전국단위 선거인 지방선거가 끝나면서 2024년 4월 총선 대결을 위해 전략을 짜고 있는 것 같다. 이번 선거에서 여야의 명암은 극이 극이 됐다. 멀리 갈 것 없이 지난 대선 결과만 해도 그렇다. '전부 아니면 전무' 게임에 비유되는 선거에서 민주당은 고배를 마셨고 국민의힘은 신승했다. 표차의 크기와 상관없이 정권교체가 이뤄졌고 새 정부가 국정운영을 맡았다. 이번 지방선거전은 대선 연장전을 방불케 했다. 절박하기는 여야가 다르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정권을 잡았지만 원내 2당 지위다. 이런 여소야대 상황은 다음 총선까지 2년간 계속되며 거대 야당을 대적하기가 녹록하지 않은 여당이다.
민주당은 변화와 쇄신에 가속페달을 밟아야 한다. 전반기 국회 2년간 민주당은 일방 입법을 서슴지 않았다. 의석수를 앞세운 독선적 사고와 자만심이 화를 불렀다. 지선 패배는 검수완박 법안 단독처리가 주범이란 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