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3당이 어제 국회 본회의에서 이상민 행안부 장관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이 장관은 개인 비리로 궁지에 몰린 조국 전 장관의 경우와는 크게 다르다고 해도 국민의 안전을 지켜야 하는 국무위원으로서 159명이 목숨을 잃은 이태원 핼러윈 참사의 책임을 추궁당했다.
탄핵(彈劾) 심판제도는 고위직 공직자에 의한 헌법 침해로부터 헌법을 보호하기 위한 헌법 재판제도이다. 사전적으로는 '어떤 잘못의 실상을 논하여 책망함'이라는 뜻을 지닌 단어다. 법률적으로는 일반적인 사법절차나 징계절차에 따라 소추하거나 징계하기 곤란한 고위공무원이 직무상 중대한 비위를 범한 경우에 이를 의회가 소추하여 처벌하거나 파면하는 행위이자 절차이다. 대한민국에서 탄핵은 헌법 제65조에 규정되어 있다. 탄핵은 탄핵소추와 탄핵심판으로 나뉘는데 탄핵소추권은 국회에 있다.
헌법에는 탄핵에 대해 두루뭉술하게 표현되어 있다. 헌법재판소에서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문에서 '모든 법 위반을 이유로 공무원을 탄핵한다면 국정 공백, 국민 간의 갈등 등으로 국익에 반하며 특히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국민이 대통령에 부여한 민주적 정당성을 임기 중 다시 박탈하는 효과를 가지기 때문에 탄핵을 요구하는 사유도 이와 같은 중대성을 지녀야 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쉽게 말해, "함부로 탄핵 갖고 장난치지 말아라" 같은 얘기다. 국회의 탄핵소추권은 헌법에서 보장받은 정당한 권리지만 그 권리를 적정하게 행사하였는지에 대해서는 궁극적으로 선거를 통해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하는 정치적 책임이 따른다.
제17대 국회의원 총선에서 탄핵 역풍을 맞은 한나라당이 원내 다수당의 지위를 잃고 탄핵을 추진한 새천년민주당은 고작 9석만을 차지했다. 2016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정국 초기에 야당이 탄핵에 소극적이었던 이유 중 하나도 여기에 있다. 축제를 구경하러 온 젊은이들이 길에서 대거 숨지는 초유의 사태는 야당이 주장한 '내각 총사퇴'까진 아닐지언정 국무총리가 물러나도 이상하지 않을 수준의 비극이다. 희생자 49재나 참사 100일 등 계기가 있을 때마다 이 장관 거취에 관심이 쏠렸다. 참사 직후 윤 대통령은 경찰을 강하게 질타했다. 1만자 넘는 대통령의 말을 그대로 공개했다.
예정된 행사인 데다 사고 현장 인근에 파출소가 있고 112 신고가 낮부터 이어진 점을 고려할 때 경찰에 대대적인 문책 인사가 단행되리란 예상이 나왔다. 그러나 하위기관만 지휘 책임을 묻고 말았다. 이 장관이 밀어붙인 행안부 경찰국 신설이 일을 더 꼬이게 했다. 민주화 흐름 속에 폐지한 행안부의 경찰 통제 조직을 31년 만에 부활하는 조치는 경찰 내부의 강한 반발을 불렀다. 이 와중에 이태원 참사가 터졌다. 경찰 통제를 위해 행안부에 경찰국을 신설했는데 경찰의 부실 대응으로 참사가 발생했으니 장관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각하 또는 기각하면 이 장관은 화려하게 복귀하는 앞날을 상상할지 모른다. 야당의 장관 탄핵소추는 억지스러운 측면이 있다. 야당의 탄핵이 정당했는지는 내년 총선에서 심판받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