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논의 중인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반발한 주낙영 경주시장이 정치권을 강하게 질타해 눈길을 끈다. 원전 운영의 필수시설인 고준위 방폐장 특별법이 표류하고 있어 원전보유지역 지방단체장으로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은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일 뿐 진전이 없다. 주 시장은 지난 22일 월성원전·방폐장 민간환경감시위원회 제69차 정기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특별법 조기제정을 촉구하고 나서 주목받고 있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021년 12월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발표한 상태며, 현재 국회 소위원회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련 특별법안 3건에 대한 심사가 미뤄 고 있다.
주 시장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건설을 미루는 것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라고 정치권을 향한 질타와 특별법제정을 촉구하고 나선 것은 시민들의 우려를 여과 없이 전달했을 뿐이다. 현재 고준위 폐기물을 원전 부지 내 맥스터 건설로 임시저장하고 있는 절박성 때문이다. 월성원전은 포화상태에 있는 사용후핵연료를 건식 저장시설(맥스터)을 추가시설로 저장하고 있다. 기존 월성원전 맥스터는 용량의 95.36%가 채워져 추가보관 공간을 확보한 셈이다.
하지만 영구처분시설을 마련하기 전까지 임시저장시설을 운영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무시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정부가 '2016년까지 경주의 고준위 폐기물을 반출하겠다'고 한 약속이 지켜주지 않는 데 대한 사과와 합리적 보상책을 마련해야 한다. 무조건 이행하라고 요구하는 경주시 원전 범시민대책위 주장이 현실성이 없다고 해도 정부와 정치권은 귀담아들어야 한다. 법적 구속력을 가진 청사진을 마련해 중간 및 영구처분시설을 조속히 건설하는 것만이 현재 운영 중인 임시저장시설 영구화를 막는 유일한 길이다.
정부와 국회가 조속한 고준위 방폐장 특별제정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용후핵연료 시설은 중·저준위 방폐장이 있는 경주에 건설하지 못한다는 유치지역 특별법 18조에 규정하고 있다. 불신해소를 위해서라도 주 시장이 조기제정을 촉구한 특별법은 빠를수록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