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 양남면 이장들의 부적절한 선진지 견학 파문이 일파만파다. 순천 정원박람회를 방문하기 위해 출발했던 버스는 울산과 부산을 들렀고, 들른 도시에서 정체가 불분명한 여성들을 버스에 태웠다. 그리고 순천에 도착해서는 정원박람회 입구에서 회차해 경주로 돌아왔다.  이장들의 해명으로는 너무 많은 인파가 몰려 입장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지체돼 견학을 포기했다고 했지만 궁색한 해명에 지나지 않는다.  당초 이 견학행사를 위해 이장단협의회에서는 월성원자력본부와 한국원자력환경공단, 마우나오션리조트 등에 협찬을 요청했다고 한다.  물론 월성본부와 원자력환경공단에서는 사후 정산을 이유로 협찬을 미리 지불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장단협의회가 협조공문 처리까지 했으니 이번 견학은 공적인 행사로 봐야 한다.  공적인 행사에 협의회와 관련이 없고 견학 행사 취지와 전혀 연관성이 없는 여성들을 동승하고 유람을 떠난 결과를 가져왔으니 이장단협의회는 우선 주민들에게 깊은 사과를 올리는 것이 도리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부적절한 견학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발전협의회 등 이장단협의회와 관련된 단체들이 일제히 월성본부 삼중수소와 관련된 부정적인 내용을 담은 현수막을 양남면 나아리를 중심으로 내걸었다.    지난달 민관합동조사단은 동경주 3개 읍면(감포읍, 양남면, 문무대왕면) 주민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하고 월성본부에서 일부 삼중수소가 검출됐지만 주변으로 유입됐을 가능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민관합동조사단은 경주시가 주도적으로 꾸린 기구다.  민관합동조사단은 삼중수소 검출 논란 이후 2년 동안 조사를 벌였고 지난달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단은 최근 5년간 원전 터의 빗물 삼중수소 농도가 리터당 최대 1000베크렐 범위였다며 지하수의 삼중수소 농도는 이보다 낮아야 한다고 봤다. 원전 부지 지하수 관측정 27곳과 저수조 2곳의 물 시료를 분석한 결과 5곳이 누설 판정치를 넘었다. 배수 배관의 노후가 원인었다. 그러나 지하수 흐름을 봤을 때 외부 유출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전문가는 "지하수의 유동은 각 호기별 자연 배수 기능에 의해 터빈 빌딩으로 유동 체계가 형성돼 있어 주변 지역으로 유입될 가능성은 없었다"고 말했다.  사용후연료 저장조의 방사성 누출 가능성도 희박하다고 봤다. 구조물 기초 콘크리트의 균열로 물이 누수됐고 차수막 손상도 있었지만 별도의 배관으로 배출됐다는 것이다. 또 원전 주변 주민들의 소변 검사에서도 삼중수소의 영향은 미미하다고 봤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월성본부의 삼중수소 누출로 인한 주민 유해성은 미미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격으로 양남면 이장단협의회는 자신들의 부적절한 행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이미 결론이 난 삼중소수 누출 문제를 다시 들고 나선 것이다. 이것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국면을 전환하려는 의도라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조금 비약하자면 '정치적 물타기'라는 역풍이 불 수도 있다.  삼중수소에 관한 문제를 다시 꺼내기 위해서는 누구나 인정하는 공신력 있는 연구기관의 분석 내용을 들고 정당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이 순리다. 주먹구구식으로 '삼중수소가 주민을 죽음으로 몰고간다'는 뜬금없는 원전 포비아를 조장하는 것은 누구도 쉽게 인정할 수 없다. 검댕이를 얼굴에 묻히고 "너는 숯칠 했다"고 비난한다면 누가 곧이듣겠는가.  문제는 이들의 현수막이 동경주지역 상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최근 월성본부 인근 양남면 일대는 경주시민은 물론이고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주말이면 차량 정체가 빚어지기도 한다.  카페촌이 형성되고 주상절리라는 자연유산까지 품고 있으니 동경주 해양관광의 거점으로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 그런데 소문을 듣고 찾아오던 시민이나 외지인들이 검정색, 붉은색 현수막이 나부끼는 것을 본다면 어떤 생각을 가지겠는가. 다시 이 지역을 찾고싶은 생각이 들겠는가.  월성본부 주변 상인들은 그동안 여러 차례 어려움을 겪었다. 2년 전 삼중수소 누출 논란이 일었을 때와 코로나19가 발생했을 때 거의 개점휴업 상태의 페닉에 빠졌었다. 모처럼 활기를 띠기 시작하고 이제는 새로운 활력을 찾아 나서는 시점에 다시 이 같은 문제가 발생했으니 얼마나 황당하고 암담하겠는가.  지역 상인들이 이장단의 부적절한 견학을 두고 본격적인 해명을 요구한다면 도대체 무슨 명분으로 설득할 것인지 궁금하다. 그리고 견학 논란 이후 현수막을 걸어 영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했다고 주장한다면 어떻게 해명할 것인지도 의문이다.  이장단들은 자신들의 주민들이 겪는 고통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삼중수소에 문제가 있다고 확신을 한다면 정상적이고 공신력 있는 절차를 거쳐 공론화 해야 한다.  주민들의 삶을 보호하고 생업의 활력을 열어주기 위해 상생의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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