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처럼 싸우든 여야가 선심성 돈 뿌릴 때는 찰떡궁합이다. 20조 원이 투입되는 대구·경북 신공항 건설과 광주 군 공항 이전 특별법에는 이론 없이 전격 합의했다. 본회의에 우선 안건으로 올려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겉으론 원수같이 행동해도 자신들 세비와 국회 예산 등 제 밥그릇 챙길 때는 여야가 완벽하게 한 몸이다. 작년 정부 예산안 때만 해도 없던 의원 복지·홍보·출장비와 보좌진 월급 등을 증액할 때에도 속전속결 처리했다. 더욱 가관인 것은 선거 때마다 경쟁적으로 세비 삭감을 공약했지만 한 번도 지키지 않았고 오히려 세비를 셀프 인상해 국민들로 부터 지탄받았다. 세비는 1억5000만원대로 올라 국민소득과 대비할 때 OECD 국가 중 셋째로 높다. 2010년 5급 비서관을 증원하더니 2017년에는 8급 비서를 또 늘렸다.
일잘하는 생산적인 의회로 알려진 북유럽은 의원 2명이 비서 1명과 일하는데 우리 국회의원은 보좌진이 무려 9명이나 된다. 의회 효과성 평가에선 북유럽이 최고인데 우리 국회는 꼴찌 수준이다. 매일 싸움판만 벌이는 여야가 국민 혈세를 선심성으로 뿌리는 일에는 협치를 하는 '기적'을 연출한다. 그런데 두 공항 건설과 이전에 20조 원의 엄청난 비용이 들지만 예비 타당성 조사도 면제했다. 사사건건 충돌하던 여야가 자기들 텃밭 사업을 추진하는 데는 찰떡 공조한 것이다.
앞서 여야는 국회 상임위 소위에서 공공 투자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의 면제 대상을 크게 늘리는 법 개정안도 합의로 통과시켰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도로·철도 등 지역 민원·선심성 사업을 예타 없이 마음대로 할 수 있도록 손을 마주 잡은 것이다. 한국 여야는 거의 원수처럼 싸운다. 그러나 포퓰리즘 정책이나 선심성 복지·SOC 사업, 자기들 밥그릇 챙기는 일에는 한 몸처럼 움직인다. 국회 예산 심사 때마다 한통속이 돼 지역 민원 사업 예산을 무더기로 끼워 넣는다. 쏟아지는 증액 요구로 정부안보다 10조원 이상 불어난 예산이 확정됐다.
이런 국회를 믿고 나라 살림을 맡긴 국민들이 불쌍할 뿐이다. 다수의힘으로 국회를 장악해온 거대 야당이나 여소야대를 핑계 삼아 여당구실을 못하고 우와좌왕하는 여당 할 것 없이 모두 국민불신이 심각한 수준이다. 내년 총선에는 국민 혈세를 쌈지돈처럼 사익 챙기에 혈안인 정당이 아닌 부패하지 않은 참신한 선량을 골라서 표를 몰아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