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하여 만든 규칙이 법이며, 합의한 바 없지만 그대로 있는 규칙이 윤리라는 것이다. 그런데 누가 누구와 합의를 했다는 것일까? 시민들이 대의자(代議者)를 선출하여 국회로 보내고, 국회에서 입법하게 되어있다고 하지만, 과연 유권자의 생각대로 입법되고 있는 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사람들이 모두 윤리에 따른 양심(良心)만 잘 지키고 산다면 굳이 성문화 (成文化)된 그 복잡한 법 따위가 필요할는지 모르지만, 문제는 양심(良心)이 아닌 양심(兩心)에 있다 할 것이다.   일본말에 '다테마에'와 '혼네'라는 말이 있는데 즉, 겉 다르고 속 다른 사람을 우리는 표리부동 (表裏不同)하다 하여 경멸하지만, 그들은 사람이란 원래 그런 것이기 때문에 겉마음과 속마음이 다른 것이 당연하고, 오히려 그렇게 사는 것이 지극히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내 경험으로, 젊은 시절 일본인들과 같이 생활해 본적도 있는데, 그들은 항상 나에게 친절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일본인들과 별로 다툴 일은 없었지만, 문제는 그들의 속마음(혼네)이었다.   일본인들의 그런 문화의 뿌리는 아마도 '사무라이'시대로 거슬러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데, 긴 칼 찬 사무라이들의 비위를 잘못 건드렸다가는, 언제 목이 달아날지도 알 수 없고, 내 몸이 갑자기 두 동강이 나서 길거리에 내버려질 수도 있는 위험이 상존했기 때문에, 상대의 실력을 알 수 없는 낯선 사람에게는 일단 친절하게 구는 것이 바로 생존방법이었을 터이다. 그러니까 속마음으로는 아무리 상대가 혐오스럽더라도, 겉으로는 깍듯이 예의를 갖추는 것이 졸지에 비명횡사할 확률을 낮추기 때문에 그들의 그런 문화는 자연발생적이었을 것이라는 게 내 추측이었다는 얘기다. 때문에 아무리 친해도 일본 사람들에게 내 속마음을 모두 보여 주는 것은 좋지 않다는 것인데, 이것은 개인과 개인사이 뿐만 아니라 국가 간의 외교에 있어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불과 반세기 이전으로만 되돌아가도 우리는 이웃집에 숟가락이 몇 개 인지를 알 정도로, 이웃과의 관계가 돈독했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이웃집에 불행한 일이라도 발생하면 온 동네 사람들이 안타까워하고 또 도우려 했는데, 그런 문화가 바로 요즘도 남아있는 길흉사(吉凶事) 부조문화가 아닐까? 우리가 가진 문화 때문인지는 몰라도 우리는 일본인들과 달리 겉 다르고 속 다른 사람 즉, 두 개의 마음(兩心)을 가진 사람을 매우 싫어한다. 그런데 우리가 언제부터인가 젊은이들로부터 시작하여 타인을, 이웃조차 믿을 수 없는 사회를 만들어 가고 있으니, 일본인의 2중성을 닮아가려는 것일까? 그런데 내가 여러분들에 알려드릴 말은, 일본인들이 한국인을 겉으로는 몹시 싫어하는 것 같지만, 그것이 그들의 속마음(혼네)은 아닐 것이며 그들의 무의식 속에는 대륙에 연한 한국을 향한 동경심이 옛 부터 자리하고 있었기에 그들이 오히려 우리를 닮아 가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는데, 과거 일본과의 해묵은 원한은 차치하고라도 이제 와서 일본을 추종하고, 일본 문화를 따르려는 것은 정말 시대착오적이라 아니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게 내 생각이다. 나는 일본인들의 친절성과 초밥(쓰시)만은 좋아하지만, 결코 그들의 '다테마에와 혼네'라는 양심(兩心)을 쫓고 싶지는 않다. 우리 좀 제발 양심(兩心)은 버리고 양심(良心)을 찾으면 어떨까요? 그놈의 법(法) 소리도 제발 좀 그만들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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