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풍회에서 지난 2일부터 8일까지 경주예술의 전당에서 ‘제1회 정풍회서예전’을 가졌다. 정풍회는 사마소 풍영정에서 1975년에 경주의 향유들이 뜻있는 동제(同儕)와 함께 회합을 갖고 무너져가는 전래의 인륜도덕을 바로 세우기 위하여 규약 10칙을 표방하고 만정계를 조직한 것이 그 시원이다.
  1984년에 정부에서 계획한 월성사적지 정비사업 때문에 사마소 건물이 이건하게 되어 계원들이 이용할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그 대체건물을 세워줄 것을 당국에 건의하여 국비보조로 경주시 성건동에 건물을 신축하고 공의에 의해 누호(樓號)를 정풍루로 결정함에 따라 만정계를 정풍회로 개명하여 오늘에 이른 것이다.
 
그 동안 정풍회에서 경주시 보조와 회원협찬으로 『정풍지』 창간호, 『경주유교문화유적』, 『경주향현록』, 『정풍지』 제2집, 『경주삼강지』 등을 편찬하여 ‘규약10칙’에 제시된 덕목을 구현하는 문화 사업을 해왔다. 그러나 규약에 명시된 서도에 대한 이론적인 초청강의는 여러 번 있었으나, 서예전을 개최하지 못하여 늘 마음아파 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서예전을 개최하게 된 것은 홍원 김헌영 원로 회원께서 서예전 제안과 거금 1000만원을 쾌척해 주었고 당신의 수상작품을 비롯한 각종 묵서 39점을 주었기 때문이다.
  고령(高齡)이 되도록 비교적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게 된 것은 반세기 동안 서도를 즐겼기 때문이며, 서예는 정신수양과 장수에 깊은 관련이 있다는 체험적 교훈의 말씀이 의미 깊었다. 홍원선생은 금년 95세의 연치에도 불구하고 서예전에 출품하여 수상한 한국서예대전 수상 작가이시다. 회원 가운데는 각종 서예대전에서 수상한 작가가 여럿이 있고, 초대작가, 심사위원 등을 비롯한 회원 대부분이 서예에 관심을 가지고 나름대로 묵서를 즐기고 있어서, 이번 서예전은 제안 3개월 만에 개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정교하게 서사(書寫)한 작품들은 글씨가 주는 예술적 의미만이 아니라 글귀에 담겨있는 교훈적인 내용이 많아서 좋은 의방적(義方的) 교재로 활용되었으면 하고 해설에 정성을 다해 담아 보았다. 출품작에 담긴 내용에서 보면, “하늘이 명(命)한 것을 성(性)이라 하고, 성에 따르는 것을 도(道)라 하며, 도를 닦는 것을 교(敎)라고 한다. 도가 하는 것을 잠시도 떠날 수가 없는 것이나 떠날 수가 있다면 도가 아닌 것이다(天命之謂性 率性之謂道 修道之謂敎 道也者不可須臾離也 可離非道也)”라는 구절과 “나를 알지 못하는 사람일지라도 성내지 않고 친절하고 공손하게 대한다면 또한 군자가 아니겠는가. 남이 나를 알지 못함을 근심하지 말고, 내가 남을 알지 못함을 근심할지니라(人不知而不慍 不亦君子乎 不患人之不己知 患不知人也)” 등은 이미 잘 알려진 명언들이지만 ‘내가 남을 알지 못함을 근심하라’는 말은 새삼 정감이 가는 내용이었다.
  대인관계에서 사람을 아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지인(知人)은 사람 됨됨이를 알아보는 것이다. “사람을 알고, 얼굴은 알아도 마음을 알지 못한다.”는 말과 같이 마음을 아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공자는 인심(人心)이란 산이나 강물보다 험하며, 사람을 아는 것은 하늘을 아는 것 보다 어렵다“고 말한 것 같다. 고운 최치원선생도 “추풍유고음(秋風惟苦吟) 세로부지음(世路不知音)”이라는 시구에서 세상을 살아가는 행로(行路)에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이 적다고 지인(知人)에 대해 표현하고 있음을 보면 지인은 역시 어려운 일이라 생각된다.
 
한나라의 광무제 유수(劉秀)는 상대의 말을 듣고서 그 사람을 아는 데 능한 황제였으나, 방맹(龐萌)에게 미혹 당했고, 조조는 장수를 명철하게 살피는데 뛰어났다고 하는데도 장막(張邈)에게 기만을 당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사물의 외관은 유사하여도 내면의 실질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사람을 쉽게 미혹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인간 세상은 진짜와 가짜, 허(虛)와 실(實)이 엇갈리는 현상을 나타내고 있어서, 가장 정일(精一)한 사람이 아니라면 그 실제를 아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
  구청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입후보 당사자는 물론이고, 관계 정당인이 표현하는 설득력 있는 말들이 매우 정감 있게 들리고 있다. 그러나 그런 말들이 진정에서 토설(吐說)하는 말이라고 믿어야 하는데, 당선된 다음에 언행일치의 치적을 남긴다는 것에 대해서는 확신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사람을 아는 기법에 질문(質問), 관성(觀誠), 고지(考志)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에서 고지는 상대방과 함께 대화를 하면서 그 뜻을 살피는 것이다. 말하는 어조가 너그럽고 부드러우며 안색이 공경하고 아첨하지 않으며, 먼저 예의를 표하고 나서 나중에 말하며, 항상 자신의 부족한 점을 스스로 살피는 자는 남을 이롭게 하는 사람이라고 『반경』(反經, 2003, 동아일보사)은 기록하고 있어서 의미 깊은 시각적 감응을 준다. 유권자는 각종 선거에서 투표하기 전에 먼저 지인(知人)에 대해 좀 더 명확한 이해와 판단으로 선량(善良)을 뽑으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