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 물질은 얼마나 중요한가? 만약 결혼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조건이 다섯 가지 있다고 하자. 그렇다면 물질은 그 조건 중의 첫 번째 조건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다섯 가지 조건 중의 하나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인간이 살아가는 데는 물질이 필수적인 것이다.
 
‘가난이 문안으로 들어오면 사랑은 창밖으로 도망 간다’는 옛말도 있지 않은가. 사랑은 인간의 감정 중에서 최고의 가치를 가진 것인데 왜 이런 속담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것은 삶에서의 물질은 중요하다는 인생의 경험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렇다고 물질이 인생의 목표가 될 수는 없다. 물질은 단지 수단일 뿐이다. 물질은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필수적인 존재이기는 하지만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다. 물질은 우리의 삶의 윤활유가 되어서 삶을 편안하고 즐겁게 해 주는 역할을 해 주는 것이다.
 
현대사회 문제점의 하나를 들자면, 물질만능주의 사회라고 지적할 수 있겠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은 오직 사람의 마음뿐이다’ 라는 말을 전에는 들어 본 적이 있다. 그러나 요즈음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돈으로 마음도 살 수 있다는 것을 주위에서 많이 보아왔지 않은가.
 
인간관계에서도 그렇다. 사소한 점심 값을 내는 문제부터 돈을 빌려주고 보증을 서 주는 큰 문제에 까지, 우리는 그 사람의 인격과 가치관을 읽을 수 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대부분 각자 계산을 한다. 합리적이고 편리한 소비생활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우리 세대에서는 각자 자기 것만 계산하는 데는 아직도 어색하다.
 
우리는 직장 동료들과 점심식사를 하러 가면 돌아가면서 계산을 한다. 그래서 내가 계산하는 차례가 아니면 내 입맛대로 비싼 것을 주문하기가 어렵다. 별로 내키지 않아도 다른 사람들과 같은 음식을 시킨다. 그런데 문제는 자신이 계산할 차례인데도 모른 척하고 항상 제일 안쪽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가 식사 끝나면 일부러 천천히 나와서 다른 사람이 계산하도록 하는 사람이다. 몇 번만 같이 다니면 말은 안하지만 누구나 다 눈치를 알아차린다. 돈이 자신의 인격보다 소중한 것일까.
 
그 후로는 가급적 그 사람은 점심 팀에 끼어주려고 하지 않는다. 또 급히 돈을 꾸어달라고 하곤 잊어버린 척, 잘 갚지 않는 사람, 큰돈이 아니면 달라고 하기도 민망하여 그냥 포기하지만 꾸어주고 받지 못한 사람은 절대 잊어버리지는 않는다.
 
그런 사람들은 금전적으로는 조금 이익을 보지만 물질로 바꿀 수 없는 인간관계에서 보이지 않는 큰 손해를 보는 것이다.
 
돈이 많은 사람, 돈을 잘 버는 사람들을 우리는 부러워한다. 그러나 반드시 존경하지는 않는다. 존경하고 싶은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 더 많은 것 같다. 그 차이는 돈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달려 있다. 고 이어령 교수는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에서 “내가 돈의 주인이 되면 돈은 나의 최고의 협력자이고, 하인이 되면 나는 최악의 인간이 되는 걸세” 라고 말하였다.
 
만약 기업주라면 돈의 주인이 되어서 종업원들에게도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주려고 노력하여야 한다. 자신이 이룬 부의 축적이 종업원 한 사람, 한 사람의 노력과 수고의 결과라는 것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해야 하며 그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능하면 보수를 적게 주려고 술수를 부리는 사람을 우리는 악덕 기업주라고 한다. 반면, 기업에 종사하고 있는 노동자 역시 기업가의 입장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들은 자신의 온 재산을 투자하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온 힘을 다하여 노력하고 얻은 부귀와 명예임을 인정해야 한다. 그런데 회사경영에 무리한 요구를 하며 시위를 그치지 않은 노동자들의 태도는 온당치 않다. 기업이 있기에 내 일자리가 있고 그 수입으로 가족들을 부양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는 마음을 바탕으로 회사를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하는 노동자들의 마음의 자세가 요구된다.
 
또한 자신이 이룬 성공의 바탕은 사회라는 것을 알고, 그 성공의 일부라도 사회에 환원할 줄 아는 사람을 우리는 존경한다. 그런 사람이 많은 사회는 발전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남을 위한 기부행위는 반드시 돈이 많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다. 노년에 폐휴지를 모아서 살아가는 사람도 어렵게 모은 돈을 사회에 기부했다는 뉴스를 보면서 스스로 부끄러웠던 기억이 있다.
우리는 모두가 물질의 노예가 되지 말고 자신이 선 자리, 가정과 사회에서 묵묵히 자신의 책임과 의무를 먼저 생각 해야만 할 것이다. 그리하여 건전한 기업가의 정신과 합리적인 노동자들의 노동관이 하나가 되어서 결실을 맺을 때 개인의 행복과 안정된 사회가 이루어지고 더 나아가 국가의 미래가 보장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