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나 설날 명절은, 가족과 이웃 간에, 따신 음식 나누며 정분을 확인하고 친목을 다지는 절호의 기회다. 이는 우리의 고유 文化이지만, 사실 어느 민족이나 이와 유사한 文化는 있다. 새해에는 이웃 간의 정을 나누며 서로 축원하고, 한편 민족마다 한 해의 수확을 감사드리는 다양한 형태의 추수감사절이 있다. 이 같은 전통이 수백 년 이어올 수 있었던 주된 이유는, 이를 통해 개인과 민족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강화하기 때문이다. 달리 말해 사람이 자기 고유의 것을 소중히 여겨 지켜야, 주인 정신(Mastership)이 고취되고 동시에 정체성이 강화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체성(Identity)이 강한 개인과 민족은 어떤 환경에서도 살아남는다고 한다. 유대 민족이 그 증거다. 세계 인구의 0.2%에 불과한 유대인이 역대 노벨상의 25%를 차지한다. 또한 미국 하버드대 학생 중 30%가 유대인이다. 이는 비록 나라가 없어도, 유대인의 전통을 통해 그 정신을 계승⋅발전시킨 결과다. 명절이 아니면 언제 어디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다질 수 있겠는가. 하지만 요즈음 어떤 이들은 음식 준비가 힘들다고, 이웃 간에 인사(人事) 나누는 것이 번거롭다고, 이를 회피하고자 한다. 이는 개인의 아이덴티티를 이어서 한국인의 정체성을 통째로 흔드는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한국인은 정체성과 주인정신이 미약하다. 열강의 침탈과 일제 통치에 이어 한국전쟁 이후 경제성장에 휩쓸려 정체성이 뿌리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돈을 우리의 주인으로 섬기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명절文化가 어떤 대안도 없이 사라지는 듯하여 씁쓸하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전통文化를 부정한다는 것은 곧 자기자신의 근원을 말살한다는 의미다. 성가시다고 민족文化를 배척하기보다는, 이를 시대에 맞추어 수정⋅보완할 수는 없을까. 명절文化를 개선하면서 우리 전통을 이어갈 수는 없을까. 우리는 모두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선 난쟁이다. 고로 文化를 개선해 나가는 것은 곧 우리의 과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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