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계절은 24절기로 한 해의 날씨에 따라 나눈 한 철(시절)로 온대의 경우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철이 있다. 열대에는 건계와 우계가 있다. 우리나라 국토인 삼천리 금수강산은 비단에 수를 놓은 듯 ‘아름다운 강산’이란 뜻으로 산천의 경치가 빼어남을 표현한 말이다. 네 철 가운데 봄은 겨울과 여름의 사이의 계절로 입춘에서 입하 전까지로 들판에서 시작된다. 여름은 봄과 가을 사이의 계절로 입하부터 입추 전까지로 신록에서 시작된다.   어느 시인은 가을은 여름이 햇볕에 타고 남은 것이라고 했고, 안개와 무르익은 열매의 계절이며, 하늘 빛이 시원하게 변하는 계절이라 했다. 하늘은 높고 구름은 맑으며 대기는 서늘한데, 달은 희고 바람은 맑아 흥취가 절로 길다고 한다.중국 당나라 시인 두보는 ‘가을밤’이란 시에, 이슬 치는 가을밤 홀로 거닐면/시름에 쌓이는 나그네 마음/멀리 배에서는 등불이 새어오고/초생달을 두들기는 다듬이 소리.// 가을은 시(詩)의 계절이다. 독일의 서정시인 릴케의 ‘가을날’이란 시에, “주여, 어느덧 가을입니다/지나간 여름은 위대했습니다/태양 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눕히고/광야로 바람을 보내 주시옵소서/일년의 마지막 과실이 열리도록/따뜻한 남국의 햇볕을 이틀만 베풀어 주십시오/과실이 익을대로 잘 익어/마지막 감미가 향긋한 포도주에 깃들 것입니다/밤중엔 눈을 뜨고 책을 읽으며/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오곡이 탐스럽게 익어가는 들녘을 보아라 했다.저 들(평야)을 바라보며 인생의 삶을 번민하라 했다. 홀로 너른 들판을 지키고 있는 허수아비의 망상이 먼 훗날 우리의 모습은 아닐런지. 사람은 저마다 지나온 세월에 한탄을 묻어두고 찬 이슬, 추우에 들판을 지키고 있는 현실의 모습이 ‘나’란 존재일 거다. 산은 단풍에 붉게 물들고, 들은 황곡에 누른 가을. 하늘을 지나서 구름은 가고, 들을 스쳐서 바람도 지나가고 들판을 넘어서 나그네 길을 가는 것이 인생무상의 길인가.저 푸른 창공엔 철새들이 무리를 지어 날고 있다. 멀리 날으는 철새는 거처(둥지)가 따로 없다. 나그네처럼 가다가 쉬는 곳이 집이고, 창공(하늘)은 그들의 무대인 것이다. 성서의 말씀인 ‘시편’에, 만물의 모든 신(神)들은 우상들이지만, 여호와께서는 하늘을 지으셨다고 했다. 우리나라 가을 하늘이 참 곱고 시원하다고 한다. 세계적이라 한다. 하늘은 바다와 만날 때 똑바른 선을 이룬다.   사람은 때로는 끝이 없는 것을 생각할 때가 있다. 하늘은 무한히 멀고, 넓고, 크고, 길며, 무한히 오래며 따라서 하늘을 무한한 자라 한다. 하늘은 티 하나 없이 파랗고 거대한 수정접시 같이 태양의 황금색 빛을 담뿍 받고 있는 영원체다. 그래서 인간은 하늘의 원리를 닮아 넓게 살려고 하지만 하늘이 그 일을 용서하지 않을 것 같다. 하늘을 섬기고 싶은 기대는 욕망뿐이지 하늘의 가르침을 항상 거역하는 것이 사람인 것 같다.   수확의 시기가 다가오는 까닭은 나무의 잎이 빛을 잃어가고 있다. 단풍의 계절로 꽃보다 아름다운 것이 산록을 타고 내려오는 오색 단풍의 신비로움이다. 단풍은 어떠한 물도 먹지 못한 나무의 최후의 절규다. 가을의 상징인 단풍이 눈부시고, 밤에는 달 밟고, 벌레 소리 흥겨우니 어찌 반갑고 즐겁지 않은가. 만주 북간도 출신의 민족시인, 윤동주의 ‘소년’이란 책에 “여기저기서 단풍잎 같은 슬픈 가을이 뚝뚝 떨어진다. 단풍잎 떨어져 나온 자리마다 봄을 마련해 놓고 나뭇가지 위에 하늘이 펼쳐있다. 가만히 하늘을 쳐다보려면 눈썹에 파란 물감이 든다고 했다” 문득 하늘을 쳐다보니 둥근 달이 가슴에 안긴다. 나의 마음도 둥글어진다. 풍성한 달을 두고 사람의 본성이라 한다. 너른 들을 보라. 그러면 세상도 넓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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