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한류문화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2010 선덕여왕 행차'가 지난 14일 첨성대 앞 특설무대에서 화려하게 개막했다.
이날 행사는 최양식 경주시장을 비롯한 주요인사와 시민·관광객들이 참여한 가운데 화려하게 열렸다. 경주시가 주최하고 경주문화관광축제조직위원회가 주관하는 이번행사는 10월 2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하지만 9억원의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진행하고 있는 '2010 선덕여왕 행차'는 모 방송드라마를 복제해 그 줄거리를 주 내용으로 재현하는 등 역사성을 상실한 픽션을 주제로 연출돼 '속빈 강정'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게다가 픽션을 페러디한 선덕여왕 행차가 마치 역사성을 근거한 논픽션으로 포장돼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행차 내용이 사실인 것처럼 역사 인식의 오류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이날 1부 '개막식 공식행사'는 단막극 '선덕여왕'과 화랑무예 시연의 식전공연을 시작으로, 개막선언, 개회 인사말씀, 축사 등이 이어졌으며, 최양식 경주시장이 직접 행차기를 전달하고, 천년고도 서라벌의 자랑 선덕여왕의 화려한 부활을 만천하에 고한다는 내용의 전서를 낭독해 눈길을 끌었다.
1부 마지막은 '월성의 빛' 이란 모듬북 공연으로, 역동적인 행차의 등장을 알렸다.
2부 '선덕여왕 행차'는 선덕여왕과 천명공주, 미실궁주를 중심으로, 제1그룹 '신라천년의 기상', 제2그룹 '선덕여왕 그 화려한 부활', 제3그룹 '화랑의 용맹'으로 구성된 행차가 도열했다.
1그룹은 경기마병·대고·행차기·사신기·의장기·전군·음성서로 구성돼 신라의 기상을 상징하고, 웅장한 행차의 시작을 열었다. 2그룹은 유신·춘추·용기·무관·선덕여왕·시녀·노부·비담·대등·호위군·천명·시녀·십화랑기·화랑으로 편성돼 선덕여왕의 측근 인물을 중심으로 여왕의 위엄을 보여주었다.
특히, 선덕여왕과 천명공주의 퍼레이드 차량은 화려하고 아름다워 관람객들로 하여금 탄성을 연발하게 했다. 선덕여왕의 퍼레이드 차량은 천마와 신라 금관, 지기삼사 설화의 개구리를 형상화한 조형물로 역사적 의미를 부여했으며, 천명공주의 퍼레이드 차량은 360도 회전형의 원형 구조물을 장착해 볼거리를 더했다.
제3그룹은 설원·칠숙·미실·시녀·미생·대등·원화·호위군·보종·십화랑기·화랑·외객으로 구성되어, 신라 최고의 풍월주와 최강 화랑들의 기백과 용맹함을 표현했다. 이어 호위군사 및 화랑의 무예 퍼포먼스가 행렬중간에 펼쳐졌으며, 미실궁주가 탑승한 퍼레이드 차량은 미실의 아름다움과 화려함을 뽐내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이번 선덕여왕 행차는 '제1회 선덕여왕 선발대회'를 통해 선발된 선덕·천명·미실이 참여했으며, 전문출연진 120여명, 말 6필, 대형 퍼레이드 차량 3대, 대고 등으로 구성해 더욱 화려하고 웅장한 행렬을 보여주었다는 평가다.
그렇지만 화랑세기에 따르면 '전군'은 왕자를 지칭하는 것인데도 경주시는 고증을 거치지 않아 행렬의 맨 앞에 위치한 전위대이자 선발대인 군사들을 지휘하는 무관으로 변질시켰다.
뿐만 아니라 '설원'은 신라최초의 화랑이 아니며 최초의 풍월주(화랑의 우두머리)는 위화랑이다. 설원은 7세 풍월주 설화랑의 본 이름일 뿐이다.
또 '칠숙(?~631)'은 신라 진평왕 때의 대신으로 관등은 이찬(伊飡)이다. 631년에 아찬(阿飡), 석품(石品)과 함께 반란을 계획했다가 발각돼 동시(東市)에서 목이 베어 죽었다. 9족(族)도 함께 처벌되었다. 선덕여왕 등극 한 해 전에 처형된 인물로 '선덕여왕 행차'에는 등장할 수 없는 인물인 것이다.
'천명공주' 역시 왕의 행차에 자매가 함께하는 자체가 말이 안 되며, 그녀는 또 김춘추(604~661)의 어머니이기도 하다.
가장 논란거리인 것은 '미실'의 등장이다. 그녀는 선덕과 같은 시대의 경쟁관계의 인물이 아니다. 삼국사기나 산국유사 등에는 언급이 없고 화랑세기에만 나오는 인물이며 진흥(선덕의 증조부), 동륜(선덕의 조부), 금륜(진지왕), 진평왕(동륜의 아들이며 선덕의 아버지)과 관계를 맺었으며 진지와 진평을 왕위에 세운 장본인인 것이다. 그녀는 늦어도 612년에는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역 역사문화 관계자는 "경주시의 행사 의도는 훌륭하지만 역사성에 근거한 인물 설정과 배경이 뒤따라야 하며 시민과 관광객들에게는 논픽션을 전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 관계자는 "이 행사가 새로운 한류문화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선덕여왕의 화려한 부활'을 주제로 한 픽션이지만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입장에서 일부 역사성과 다른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최양식 경주시장은 "역사적으로 고증되지도 않은 드라마를 그대로 복제해 '소리만 요란한 빈수레'격 행사"라고 질타했다.
한편, '2010 선덕여왕 행차'는 이번 행사를 끝으로 사실상 막을 내릴 것으로 관측된다.
최병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