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규 천금주 이재훈 신정원 기자 =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에 이어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내정자 · 이재훈 지식경제부장관 내정자까지 사의를 표명하고 나섬에 따라 관가가 뒤숭숭하다.
이들이 소속된 총리실과 문체부·지경부 등은 후임 후보자(내정자) 지명과 인사청문회 일정 등을 감안할 때 행정 공백이 장기화될 것을 우려,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들 외의 인사청문회 내정자들이 소속돼 있는 다른 부처(청)들은 대체적으로 "더 이상의 사퇴는 없을 것"으로 안도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혹시나?"하는 우려감도 표출되고 있다.
◆청와대·총리실· 특임장관실= 김태호 후보자가 사퇴 의사를 표명한 총리실은 물론, 청와대·특임장관실도 어수선한 분위기이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브리핑을 갖고 이번 김 후보자 및 장관 내정자들의 사의 표명 소식을 전하면서 청와대의 입장을 밝혔다.
임 실장은 이날 오전 김 후보자와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내정자,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내정자가 전화로 사퇴의사를 자신에게 전달해 이 대통령도 수용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이미 지난 27일 김 후보자와 만났다는 점을 전하면서 사의와 관련해 어느 정도 의견수렴이 있었다는 점을 밝혔다.
하지만 정작 오랜 검토를 거쳐 내정한 총리 후보자 및 장관 내정자들을 다시 물색해야 하는 점에 대해 청와대로서는 난감한 상황이다.
임 실장은 새 후보자 지명과 관련, 인사검증 강화 문제에 대해 "내부적으로 인사검증 시스템 전반에 대해 다시 점검하고 있는 중"이라며 새 인사 기준에 대해서는 명확한 언급을 꺼렸다.
총리권한대행 체제를 당분간 더 이어가게 될 총리실도 "아쉽고, 안타깝다"는 입장을 표하면서, 오전부터 어수선한 분위기다. 그러나 대행직을 맡고 있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전자 결재 등을 통해 일상적인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당분간은 감내해야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총리실 관계자는 "당분간 대행체제로 가야하지 않겠느냐"며 "(윤 총리권한대행이)전자결제로 업무를 하는 등 정상적으로 업무처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임장관실은 앞으로 지켜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등 조심스런 분위기다. 특임장관실 관계자는 "앞으로 청와대에서 알아서 해 나가야 할 일인 만큼 별다른 상황은 없을 것"이라며 "청와대에서도 당의 의견 등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이는 만큼 앞으로 잘 해나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경제 부처(청)= 이재훈 내정자가 사퇴의사를 밝힌 지식경제부는 물론 관계부처는 물론, 농림수산식품부와 국세청 등도 뒤숭숭한 분위기다.
지경부의 경우 국회 청문회에서 이재훈 내정자의 여러가지 의혹들이 잇따라 터져 여·야당이 강도높게 사퇴를 촉구했다는 점 등을 감안, 향후 거취에 촉각을 곤두세워 왔다. 그러나 막상 이 내정자가 자진 사퇴하자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입조심하는 분위기이다.
지경부 고위관계자는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빨리 이 장관이 낙마해 당혹스럽다"며 "그러나 전 직원들은 흔들림없이 업무에 충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차후에 임명되는 장관의 경우 좀 더 철저한 검증과정을 거쳐 이런 일이 두번 다시 되풀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이번 2개 부처 장관들의 사퇴와는 별 관계가 없다며 안심하면서도, 내심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후보자(내정자)들의 잇딴 사의 표명으로 유정복 신임 장관 내정자의 임명 시점도 다소 유동적이지 않겠느냐며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특히 유 내정자가 30일 장관으로 공식 취임하면 31일 쌀값 안정과 수급 균형을 위한 긴급 대책 브리핑을 할 예정이었으나, 임명 시기가 늦어지면 긴급 대책 브리핑도 자동 연기될 것으로 보고 촉각을 세우고 있다.
한편 국세청은 이현동 청장 내정자가 차관급인데다 낙마할 만한 수준의 의혹들이 없어 낙마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고, 평일과 다름없이 평온한 모습을 보였다.
◆문화체육관광부=신재민 내정자는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더는 누가 돼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신 내정자의 사퇴는 어느 정도는 예상됐었다. ‘비리 백화점’으로 통할 정도로 여러 의혹들이 제기되면서 여권에서조차 신 내정자의 장관 임명은 힘들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적지않았던 것.
물론 신 내정자는 2년 반 동안 문화부 1·2차관을 거치면서 문화부 전체 업무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새 장관을 맞이할 준비에 분주하던 문화부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신 내정자가 스스로 퇴진하면서 정부의 하반기 문화정책 추진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문화부 관계자는 “조금 당황스럽다. 사실 문화부 내에서는 업무를 잘 아는 분이 장관이 되기를 바랐다”면서도 “신 내정자의 업무 효율성은 좋은데 청문회 때 여러 의혹이 불거져 문화부 내에서도 그 분을 믿고 따라야 겠느냐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문화부 내에서는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당에서 민심을 보고 압력을 강하게 넣은 게 아닌가 싶다”며 “새 장관 검증과정이 오래 걸릴 것 같다. 당분간 장관의 공백이 우려된다”고 답답해 했다.
◆고용노동부·보건복지가족부·경찰청= 고용노동부 직원들은 당혹해 하며 그 배경에 관심을 보이면서도 박재완 장관 내정자는 그대로 임명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보였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신임 장관이 강력하게 추진할 일자리정책, 타임오프제, 노사관계 선진화 방향 등도 탄력을 받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노동부가 고용노동부로 바뀐만큼, 신임 장관 취임을 계기로 우리가 해야하는 일에 대해 다시 한 번 점검하고 해야 할 정책 등을 다시 점거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가족부 직원들은 비교적 조용하게 총리 후보자 등의 잇따른 낙마를 지켜봤다.
복지부 직원들은 후보자(내정자)의 잇따른 사퇴가 오히려 임기 중반을 맞은 이명박 정부의 도덕성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낙마한 후보자들의 드러난 잘못은 친서민정책이나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이 대통령의 노력에 누가 된다고 생각해왔는데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진수희 장관 내정자에 대해서는 "진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큰 상처가 없어 곧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며 "보건복지 분야에 정통한 만큼 일하기 수월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경찰청의 경우 야당 및 시민단체들의 집중적인 사퇴 요구를 받았던 조현오 내정자가 특별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어 끝까지 생존할 수 있을 지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쉽지는 않았지만 인사청문회와 청문회보고서가 채택된 만큼 조 내정자가 끝까지 완주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특히 조 내정자는 지명 이후 '실언 파문' 등으로 도마 위에 올랐을 때에도 중도 사퇴 요구를 일축했던 만큼 자진사퇴 가능성이 낮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가혹행위'와 '항명파동' 등으로 경찰 조직이 많이 흔들려 있는 상황"이라며 "조 내정자가 결국 낙마한다면 경찰의 사기가 떨어지고 기강이 바로잡히지 않을 것"이라고 당위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아직 안도하기에 이르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조 내정자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과 천안함 유가족 동물비유 비하 발언, 위장전입 등 문제로 지명 이후 가시밭길을 걸어왔다.
노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과 관련한 향후 검찰 수사도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15만 경찰의 수장이 사자명예훼손 등 혐의로 임명되자마자 검찰 조사를 받는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지적이다.
경찰 관계자는 "실적주의 등에 대한 내부적인 반발 기류가 있었고 실언 등으로 논란의 대상이 됐던 만큼 끝까지 가기 힘들지 않겠느냐"며 "경찰이 힘든 시기라지만 자질이 안되는 사람을 수장으로 앉히는 것은 반대"라고 입장을 밝혔다.
사퇴의사를 밝힌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가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자신의 사무실 로비에서 기자회견 후 빠져나가고 있다.
29일 오전 이재훈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사의를 표명했다.
29일 오전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사의를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