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오감(五感)을 가진 동물이다. 사람이 태어나는 순간은 흡사 공장에서 막 하드웨어 조립이 완성된 컴퓨터와 다름이 없어서 다섯가지 센서를 통해 외부의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상태일 뿐 저장된 정보가 없다. 마치 컴퓨터가 놀라운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물건이기는 하지만, 방금 조립라인의 끝에 떨어진 컴퓨터에는 그 어떤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나 저장된 데이터가 없는 상태와 같기 때문이다.   완성된 컴퓨터에 우선 심어지는 프로그램은 인간의 본능에 비교되는 BIOS 프로그램부터 장착된 후에, 사람의 정신에 해당하는 OS가 심어지게 되는데, 우리가 ‘원도우’ 혹은 ‘리눅스’ 또는 ‘안드로이드’ 등으로 불리어지는 운영프로그램이 설치된 후에야 비로써 컴퓨터의 기능이 나타나게 되는데, 그래봐야 컴퓨터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인간이 유아기일 때는 컴퓨터의 BIOS만 작동하는 시기에 비유될 수 있고, 차츰 자라나면서 언어를 익히고 철이 들어가는 시기가 바로 컴퓨터의 OS 설치가 완성되어 가는 시기에 비유되며, 청소년기를 거치며 자아의식이 또렸해 지고 이성(理性)이 발현되면서 다양한 지식을 쌓아가는 시기가 컴퓨터에 다양한 에플리케이션 프로그램이 설치되고, 방대한 DB가 구축되는 시기에 비유된다.   그와 같이, 아무리 훌륭한 하드웨어 사양을 가진 컴퓨터일지라도, OS가 잘못 설치되고, 또 필요한 유틸리티들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터넷마저 원활하지 못하다면, 그 컴퓨터는 복잡하기만 한 구조의 바보 상자에 다름 아닐 것인데, 또 거기다 설상가상으로 악성 바이러스까지 감염되어 버리면 그 것은 편리한 문명의 이기가 아니라 아까운 돈만 삼켜버린 애물단지에 불과할 뿐이라는 얘기다.   사람 역시 컴퓨터와 마찬가지로 몸이라는 하드웨어와 정신이라는 소프트웨어로 구성되는 자연의 산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게 내 생각인데, 우리가 어떤 공장에서 출하되었는지도 중요하긴 하지만, 그 후 어떤 정보를 받아들여 어떤 OS와 프로그램, 그리고 어떤 DB를 저장하고 있는지가 한 사람의 자아(自我)이자 정체성이 아닐까 한다.   아무리 뛰어난 스펙을 자랑하는 CPU를 가진 하드웨어일지라도 바이러스에 감염된 OS와 오류투성이인 빈약한 DB를 가진 컴퓨터가 정확한 연산을 수행하기란 어렵듯이, 사람 역시 뛰어난 지능에 제아무리 훌륭한 스펙을 갖춘들 잘못된 교육을 받고, 오염된 정보에 물들게 되면 결코 훌륭한 인격이나 우리 사회에 유용한 능력을 가지기란 어렵게 된다.   사람이 취할 수 있는 정보는 오감 중에 특히 시청각(視聽覺)을 통해 들어오는 정보가 대부분일 것인데, 사람이 가진 가장 중요한 정보 입력포트인 시청각을 이용하는 매스미디어가 집단 지성의 형성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 지는 새삼 논할 필요조차 없는 일이다. 때문에 대중을 관리하고 지배하고자 하는 자들에게 확성기와 스피커의 역할은 절대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것을 장악하기 위한 유혹에서 벗어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일로 보여 지는 것이 아닐까?   거짓이든 진실이든 매스미디어를 이용한 ‘프로파간다’는 역사적으로 ‘나치즘’과 ‘파시즘’을 탄생시켰을 뿐만 아니라 신(神)을 창조하기도 한다. 그러니까 쓰레기 상품도 명품으로 둔갑시키는 힘이 바로 스피커에 있다 할 것인바, 입으로 대중을 향해 오물을 쏟아놓고 있는 스피커들의 죄악상은 수미산(須彌山)보다도 커서, 억 겁 년 간 유황지옥에 빠져 몸을 태우는 형벌로도 그 죄를 치르기가 어렵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겠다. “정구업진언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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