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8을 유독 좋아하기도 한다. 어디 이 뿐이랴. 감정 은폐에 능숙하며 겉으로 보기에 여유로운 탓에 ‘만만디’로 불리는 중국이다. 평소 그 나라 문화 코드에 관심 깊었다. 그동안 중국 여행을 통하여 그곳 실상을 세세히 알아보고 싶었으나 불과 며칠만의 여행으론 중국인들 생활상을 낱낱이 알기엔 역부족임을 깨닫고 아쉬워 할 때다.
우연히 읽은 한 권의 책을 통하여 새삼 중국인들이 지닌 정서, 문화, 기질. 특성 등을 비로소 면밀히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이 책은 베이징 특파원 13명이 그야말로 발로 중국 일대를 뛰며 쓴 글이 수록된 책이다. 중국인들 실생활 속에 깊숙이 파고들어 그들 삶을 직접 피부로 느끼며 쓴 글이어서인지 매우 실감나는 내용이 다수다. 베이징 특파원인 홍순도 외 13명이 지은 『베이징 특파원 중국 문화를 말하다』가 그 책이다. 중국은 워낙 땅 덩어리가 크고 인구도 많아서 잠재된 저력이 무궁무진한 국가임은 다 아는 바이다.
한편 사회주의 체제임에도 불구하고 사람 사는 곳 어디서나 일어남직한 일들이 그곳에서도 빠짐없이 발생한다는 사실에 참으로 놀라웠다. 겉으로 보기엔 결코 매사를 서두르지 않아서인지 유유자적한 인상마저 주는 중국인들이다. 반면 겉보기와는 달리 실상은 매우 이재에 밝은 그들이란다.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일이라면 양다리는 기본이고. 삼 다리, 사 다리, 심지어는 열 다리까지 걸치는 것은 기본이란다. 그러고 보니 보이스피싱, 사악한 사기술 및 장기 밀매단 등 끔찍한 범죄 온상 근원지가 중국임은 이런 국민성 때문이 아닐까 싶다.
어디 이뿐이랴. 보복심이 매우 강해 한번 앙심을 품으면 십 년이고 이십 년이고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아 기어코 상대에게 보복을 기한다는 사실엔 등골이 오싹하다. 우린 어떤가. ‘밤샌 원수 없다’라는 말처럼 세월이 흐르면 가슴에 똬릴 틀었던 피맺힌 한도 그 감정이 희석되기 예사 아닌가. 이뿐만이 아니었다. 중국에서 큰 죄를 지은 사람은 공개 처형까지 시킨다고 하니 그 잔인성이 중국인들 겉모습과는 상반되어서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우린 어떤가. 사형제도가 폐지된 국가 아닌가.
각 나라마다 풍습이나 사회적 제도가 다른 것은 사실이다. 좁은 땅덩어리인 우리나라도 각 지방마다 풍습이 다른데 하물며 외국인 경우엔 오죽하랴. 중국인들 풍습 중에 의외인 것은 그들 결혼식 땐 시계를 선물 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는 결혼식장에서 예물로 시계를 주고받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개업식 때 시계를 선물 하기도 한다. 반면 중국인들에게 시계 선물은 죽음을 건네주는 의미로 해석한단다. 이밖에도 요즘 중국 사회에선 여성 파워가 매우 강해져 남성들이 집안 살림 돕는 게 자연스런 현상으로 자리잡혔나보다. 이 탓에 집안일 돕는 젊은 남성들은 우스갯소리로 “ 나 요즘 치관옌 걸렸어.” 라고 말하곤 한다. ‘치관옌’이란 ‘감기’란 뜻인데 발음이 ‘공처가’와 비슷하여 흔히 이렇게 말한단다. 한국은 맞벌이를 해도 아내는 종종 거음치며 부엌에서 식사 준비하기 바쁘다. 이런 아내는 아랑곳하지 않고 한국 남편 들은 느긋하게 거실에 앉아서 텔레비전 시청하는 게 대 부분이다. 특히 베이부머 세대 남편들이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요즘 중국엔 이런 간 큰 남편 모습은 눈 씻고 찾아볼래야 볼 수 없다고 한다. 아내 대신 앞 치마를 두르고 자식이나 아내가 먹을 음식을 준비하는 남편들 태도가 보편화 됐다. 이런 연유에서인지 중국 가정에서 서열이 매우 인상 깊다. 그곳 가정에선 아내가 당연히 1등이고 장모가 2등,다음은 딸 순서란다. 중국에도 내연녀가 존재하는지 모르겠다. 다름 아닌 숨겨놓은 애인이 딸 다음 서열이어 서다. 그 다음 5위가 처제고 6위는 헤어진 옛 애인 순이라니 국경을 막론하고 벌어지는 인간사는 인지상정인 듯하다.
  유방의 부인 여치를 비롯해 측천무후, 서태후 같은 여성 절대 권력자들이 천하를 좌지우지 한 역사가 있는 중국은 이 책에서 밝혔듯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엔 매우 야누스적인 나라였다. 전족이란 굴레를 중국 여성들에게 강요한 게 그것이다. 이즈막엔 여성 파워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이젠 면역력이 떨어져서 그런지 걸핏하면 공처가인 감기에 걸리는 남성들이 상당수 늘어나는 중국이다.
그들이 걸리고 있는 감기의 처방약은 아마도 남성이 여성화 되지 않는 일밖에 별다른 묘약은 없을 성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