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김 0 0달랑 다섯 글자장례식장 복도에 줄 선 화환 가운데맨 앞에서 가장 커다랗게 다가오는 이름어디 대표이사, 어느 원장도 아닌친구, 그냥 친구같이 손잡고 울어 줄 친구바위처럼 굳건하고 추억처럼 정다운진실로 큰 이름진실로 큰 위로 -이영혜, '가장 큰 이름'     시는 어디서 오는가? '지금부터 나는 시를 쓰겠다'는 의지만 가지면 시가 써지는가. 시는 이성으로 생각하는 것과 달라서 의지의 힘만으로 시가 써지는 것은 아니다. 시는 소위 영감(새로운 인식, 깨달음) 이라는 것이 올 때 비로소 시가 써 지는 것이다.   그런데 영감은 가만히 앉아 기다린다고 오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사소한 일상 속에서 자신의 삶 속에서 진실된 목소리를 찾아야 한다. 시인은 시를 사유하고 시를 찾는 사람이다.  시는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고 사소한 우리의 현실 속에 있다. 현실을 잘 관찰해야 한다.  '가장 큰 이름' 시도 그렇다. 시속의 화자는 어느 날 장례식장의 복도에 줄지어 서 있는 조화를 보다가 강한 충격을 받는다. "어디 대표이사 어느 원장도 아닌/친구 그냥 친구 아무개"라는 글자를 본다. 친구! 얼마나 다정한 이름인가? 바위처럼 굳건하고 추억처럼 정다운/진실로 큰 이름/진실로 큰 위로"를 주는 친구라는 글자! 허명들이 판치는 세상에 친구란 말 아름답다.   우리가 늘 보면서도 그냥 지나쳐 본 글자들을 시인은 새로운 각도로 생각해본 것이다. 새로운 각도로 사물을 바라볼 때 새로운 아름다움이 탄생하는 것이다. 어떤 시인은 무언가 목구멍에 뜨거운 것이 치밀 때 시를 쓴다고 했다. 위선의 껍데기를 벗고 순수한 마음이 될 때 글이 잘 써진다는 말이다.  그렇다 마음이 거짓없이 깨끗할 때, 어떤 감동이 뭉클 찾아온다. 벌써 봄이다. 3월이다 . 먼 산에 노오란 생강 나무가 꽃을 피우고, 떠나갔던 철새들이 형산강으로 다시 찾아오고 있다. 다음 주엔 무장산 생각나무 꽃이나 보러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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