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벚꽃이 피었다사람들이 갑자기 없어지고빈집처럼산벚나무 아래 앉는다산길 아래보였다가 숨어버리는네 모습 따라 산벚꽃 따라가고꽃이 멀어지니덜 아프고덜 그리워라기다리는 나는 없어지고빈 집에산벚꽃이 푹푹 빠진다 -문형렬, '산벚나무 아래'     문형렬은 시인겸 소설가요, 또한 동화작가이고 화가다. 다재다능한 팔방미인인 셈이다.   시인의 1982년도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기인 정호승 시인은 문형렬 시인을 두고 '설산의 눈부신 이마 같은 사랑의 시를 쓰는 시인이'라고 평했다.   그렇다. 그는 애절한 사랑의 시!를 쓰는 시인이다. 필자는 최근에 그가 보내준 시집, '해가 지면 울고 싶다'를 읽으며 아름답지만 고통스러운 그 사랑의 시편들에, 한순간 마음을 뺐겨 가슴이 먹먹해져 오는 감정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시인은 왜 고통스러운 사랑의 이미지를 가슴 저릿하게 노래하고 있을까? 생각하면 세상의 모든 시인들은 사랑의 예찬자들, 사랑에 중독된 자들이 아닌가.  '산벚나무 아래' 작품도 역시 그렇다. 한편의 아름다운 수묵화(여백이 많다. 의미를 숨겨 논)처럼 애절한 분위기의 사랑의 시로 독자들을 매혹시킨다. 그의 사랑 시는 깊은 울음을 준다.  '산 벚꽃이 피었다/ 사람들이 갑자기 없어지고/ 빈 집처럼/ 산벚나무 아래 앉는다'  화자는 화사한 산벚꽃이 흐드러지게 만개한 산속, 꽃나무 아래 꽃처럼 벚꽃과 함께 앉아 있다. (연인이야 곁에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다.) 그런데 산벚꽃이 만개했는데 왜 사람들이 갑자기 없어졌을까? 왜 갑자기 쓸쓸해졌을까? 갑자기 고독한 화자의 모습은 왜일까? 이유는 멀리 산길 아래로 떠나는 연인의 모습이 보인다.'꽃이 멀어지니/ 덜 아프고/ 덜 그리워라' 님이 떠나니 기다리는 내가 없어진다.   쓸쓸한 빈집이다. 깊은 산속, 산벚꽃만 무릎까지 푹푹 빠진다.'빈 집에/산벚꽃이 푹푹 빠진다' 아름답다. 고요 속에 날이 저문다.산벚꽃이 진다. 사랑이 왔다 간다. 아 님은 갔습니다.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산벚꽃 나무 아래로. 사랑의 고통과 환희는 오늘도 우리 가슴에 노래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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