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통화정책을 운영하면서 여러 변수를 살펴 신중을 기할 뿐, 기본 방향은 변함없다고 밝혔다.
김 총재는 지난 17~18일 취임 후 처음 개최한 한은 출입기자단 워크샵에서 "통화정책 방향 변화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달 금리 동결과 관련해 "왼쪽 깜빡이를 켜놓고 우회전 했다던데 '지금, 아니면 대로(大路) 지나서'의 차이일 뿐 우회전 한다면 하는 거다"며 "이번 골목에서 돌지 않는다고 우회전 하지 않겠단 사인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지난 9일 기준금리 동결 직후 시장에서는 시그널과 결정의 불일치, 중앙은행-시장 간 소통 부재 등과 관련해 김 총재에게 많은 비판이 쏟아졌다. 그가 물가 인상 가능성과 저금리 정책기조에 대한 문제점을 수차례 제기, 금리인상을 시사해놓고 정작 동결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런 가운데 나온 김 총재의 발언은 시장의 오해를 풀고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명확히 제시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정책기조 유지를 강조함으로써 기준금리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김 총재는 통화정책 결정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불확실성에 대해 어느 누구도 단호하게 말할 수 없을 것"이라며 "당장 금리를 조정한다, 하지 않는다 이야기하는 건 부적절하고 또 어떤 조건을 충족하면 인상하겠다 언급하는 것도 어렵다"고 말했다.
통화정책회의 의사록 공개기간(현 6주 후)을 단축하자는 의견에 대해서는 시장 혼선이 더 초래될 수 있다며 부정적 입장임을 피력했다.
그는 "국민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거시정책 결정 과정을 모두 공개하면 정보가 더 명료하게 전달되기 보다 노이즈만 커질 수 있다"며 "공통 분모를 만들어 전달하는 것이 시장에 더 도움된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중앙은행의 역할을 다변화 할 필요가 있다고도 말했다. 김 총재는 "한은의 글로컬라이제이션(국제화(globalization)와 지방화(localization)의 합성어)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며 "직원들의 활동범위를 국제적으로 넓히는 한편 16개 지방본부를 통해 지역사회 사정을 잘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대학 시절 전문지식을 조금 더 쌓는 것보다 근본적인 소양을 쌓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사회에 나와 더욱 발전하는 우수인재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지방학교 출신 할당제와 논술강화 채용을 실시키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일본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과 관련, 환율 문제는 타 국가와 정책공조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그는 "일본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엔화 강세 저지) 효과를 보기 어렵고 다른 나라들과 정책적 공조를 이루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중국(위안)과 일본(엔) 사이에서 상황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며 "지금 (외환시장 개입 여부를) 말하는 것은 성급한 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근 강명헌 금통위원이 기자들과 만나 "통화정책 회의에서 총재도 'n분의 1' 의사에 해당한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강 위원은 "기준금리 결정은 모든 금통위원들의 디베이트를 통해 결정되며 총재도 이에 한 표만 행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한은 수장이자 금통위 의장으로서의 총재 위치를 자칫 '절하'한 것으로 비춰질 수 있어 부적절한 표현이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 총재는 "개인 생각에 대해 코멘트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를 확산시킬 수 있다"며 직언을 피했지만,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잘 날 없다. 2000명이 넘는 조직이다 보니 이런저런 일이 생기는 것"이라고 간접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