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특별법(이하 고준위법)의 21대 국회 처리 마지막 기회를 남겨두고 있다. 여야 지도부가 법안 통과의 중요성에 공감대는 형성됐다고 해도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막판 이견 조율이 안 돼 법안 통과가 불투명한 상태다.
고준위 특별법은 원전에서 배출되는 고준위 방폐물(사용후핵연료) 영구 처분장 건설의 근거를 담고 있다. 당장 착수하더라도 완공까지 수십 년이 걸리는 시급한 사안이다. 벌써 처리돼야 할 법안인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일부 야권 위원들의 반대에 국회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기가 막히는 것은 야당이 탈원전 정책을 펼치고 있는 현 정부에 신규 원전을 짓지 않는다는 약속을 해야 고준위 특별법 처리에 협조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친다는 것은 특별법의 중요성 보다 다수당의 횡포로 볼 수밖에 없다.
그간 법안 조항에 대한 각론에 대해선 여야와 정부가 서로 양보하며 이견을 조율해 상당 부분 접점을 형성했다고 해도 윤석열 정부의 원전 활성화 기조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기조가 여전히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정부는 안정적 전력 공급과 전기요금 관리, 한국전력 부채 등을 고려할 때 원전의 지속 가능한 가동과 신규 원전 건설이 필요하다. 반면 민주당 측에선 원전 대신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원의 확대에 방점을 두고 있다. 집권 여당과 거대 야당이 바라보는 국가 에너지 정책 기조 자체가 생각이 서로 다른 데 문제가 있다.
답답한 것은 국민이다. 신규 원전 건설과 무관하게 현재 가동 중인 원전에서 배출되는 고준위 방폐물을 제대로 처리하기 위해서라도 고준위 특별법이 시급한 상황인데 여야 간 입장차로 법안 처리가 표류 되는 점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맥락에서다. 여당 지도부는 물론 정부가 법안에 반대하는 상임위원에 대한 설득 작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만약 21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고 22대 국회에 넘어가게 되면 21대에 비해 야당 의석이 오히려 늘어나 법안 통과는 물 건너 갈수도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아직 마지막 기회는 있다. 최악의 21대 국회 오명을 씻고 국민에게 용서를 구하는 길은 국가적 난제인 고준위 특별법을 통과시키는 길밖에 없다. 국민들은 오늘의 사태는 무능한 여당에도 책임이 있지만 다수당인 야당에 절대적인 책임이 있다고 본다. 이달 말 21대 국회 임기가 끝나기 전에 결단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