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세상은 흔히 말이 많은 세상이라고 한다. 쉽게 이해하고 넘길 사안도 과민성 발언으로 지나칠 때가 많다. 드라마를 시청할 때나 정치인들이 다루는 문제 장면을 보노라며 흥미와 관심은 사라지고 피곤한 느낌이 들곤 한다. 시청하는 입장에 따라 각기 반응이 다를 수 있지만 일순간에 마치 쏟아지는 폭우처럼 다투어 내뱉는 거친 말이 문제성을 갖는다.
  상황과 대상에 무관한 듯 의식함이 없이 행하는 자유 표현에는 도덕성은 실종되고 오로지 자기만이 백일처럼 우뚝하고 찬란하다. 자유세상에 내 마음 내키는 대로 말하며 살아간다는 자기 지배원리가 강하게 작용할지 모른다. 그러나 한마디 말이라도 인간의 아름다운 마음과 존엄한 가치에 연결된다면 우리는 참으로 아름다운 위치를 아름답게 가꿀 수 있다고 본다.
  일찍이 소혜왕후는 여성의 말은 위력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그것이 생활에 바르게 적용되기를 바라는 뜻에서 『내훈(內訓)』이라는 책을 저술하여 여자의 언행에 대한 교육을 하였다. 아녀자 교육이 없었던 당시 여자의 참된 힘이 무엇인가를 절감하고 배움을 모르던 여인들의 훈육을 위한 목적으로 책을 펴냈던 것이다.
 
주나라 문왕의 훌륭한 교화는 태사의 밝음 때문에 더욱 빛이 나게 되었고, 초나라 장왕이 패주가 된 것은 번희의 힘이 컸으며, 달기의 미소와 포사의 총애와 여희의 눈물과 비연의 참소는 모두가 정치적 치란(治亂)과 흥망에 영향을 미쳤던 것이다.
  이와같이 말이란 것은 인간이 갖는 영욕에 관계가 될 뿐 아니라 인간 상호 간에 관계를 친밀하게 하고 소원하게도 할 수 있는 기능적 특성을 갖는다. 또한 굳은 것은 풀게 하고 서로 어울릴 수 없는 사이를 하나로 만들어 주는가 하면 원한과 적대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마음에 감추어져 있으면 정이지만 일단 입 밖에 내뱉으면 말이 되기 때문에 언행을 특별히 조심할 필요가 있다.
  공자는 말이 충성스럽고 믿을 만하며 행동이 돈독하고 공경스럽다면 오랑캐 나라라 할지라도 다닐 수 있다고 하면서 말의 충성됨과 믿음성을 강조하였다. 그래서 언어는 인간 생활의 심리적 윤택성과 관계성에 작용 되는 기능을 가지므로 올바르게 말할 수 있도록 가르치고 배울 수 있게 하는 것은 성숙한 자의 당연한 도리이다.
  특히 가족 구성원이나 지도적 위치에 있는 모든 사람의 언어는 말을 배우는 유아기 어린이들에게 직접적인 언어모델이 되므로 어떤 상황에 어떤 말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고 비인격적인 말, 폭언, 무책임한 말들을 삼가는 것이 필요하다. 어느 날 모 할머니가 적조하여 친구 집에 전화를 하였다. “길동아 너의 할매 바꿔라.” “할매, 디배져 잔다.” “깨워라.” “깨우면 생지랄 할낀데.” 이와 같은 만 5세 유아의 전화 언어는 평소 집안에서 보고 들은 대로 답한 것이며, 이 말은 일상생활 속에서 가치 판단 없이 자주 들어 자동으로 저장된 행동 용어가 인출된 것이다. 유아들은 성인들의 언어문화를 그대로 복사한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고 말의 전파위력을 고려하여 올바른 말부터 시범 보여 허물어진 도덕성을 복원하는 것이 인격적 인간 형성을 위한 빠른 길임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