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참으로 호기심이 강하고 궁금함이 많은 생명체인 듯, 인간은 태고 적부터 사후의 세계에 대한 궁금증을 버리지 못하더니 드디어는 신(神)까지 고안하기에 이른 것 같지만, 아직 아무도 사후(死後)의 세계를 다녀 온 사람은 없기에, 내세(來世)의 약속을 빌미로 한 숱한 사기꾼들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는 듯이 보인다.옛 부터 임사체험(臨死體驗)을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아, 심지어 임사체험 자체를 연구하는 학문이나 의학자도 있다지만, 내가 보기엔 죽은 자가 살아 돌아온 것이 아니라 죽은 것처럼 보이긴 했으나 덜 죽었던 사람이 다시 소생한 경우가 바로 그것이 아닐까 생각되지만, 사람들이 그런 것을 다 알아낸들 무엇에다 쓰겠다는 얘긴지는 모르겠다.내가 이미 예전에 한 말 같긴 하지만, 나는 어릴 적에 유신론(有神論)을 믿었으나 장성하면서 무신론자가 되더니, 이제 나이 들어 무신론도 유신론도 아닌 상태인데, 그것은 내가 확연히 알지 못하는 사항에 대해 단언하지 못할 뿐, 다른 이유는 없다.별 볼일 없이 살아온 인생이더라도 나 역시 사람인지라 당연히 호기심이 많긴 하지만, 나는 그 사후(死後) 세계에 대한 호기심 보다는 생전(生前)에 대한 궁금증이 더 커지는데, 왜냐하면 늘 나는 누구인가? (Who am I?) 라는 의문 속에 있기 때문이다.즉, 내가 온 곳을 알면 갈 곳도 분명해 질 것 같은데, 시간은 과거에서 미래로만 흐르도록 세팅된 물리학 법칙을 수긍하는 내가,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를 알고자함은 중세기 연금술(鍊金術)만큼이나 허황된 사념이라 볼 수 있겠지만, 과거는 비록 기억하지 못할망정 확연히 존재했던 시공간이었음이 분명하지 않은가 그 얘기다. 내 몸을 이루고 있는 이 몇 가지의 원소들이야 머나먼 별에서 생성된 게 분명한 것 같지만, 나라는 자아의식(自我意識)을 만들고 있는 이 영혼은 도대체 어떻게 생성되었으며 어디서 온 것일까? 그리고 왜 하필 지금 이 시기에 이 모양으로 여기 존재하고 있을까?여기서 인과율(因果律)을 참조하면, 원인 없는 결과란 있을 수가 없을 것인데 무슨 원인들이 쌓여 내가 이 모습을 하고 지금 여기 앉아 있는 지를 알 수가 없으니, 내가 지금 멋모르고 만들고 있는 이 원인들이 두렵지 않을 수 없다.과거가 현재를 만들었듯, 현재가 미래임은 분명하니 현세가 곧 내세라, 죽음은 이 우주가 탄생한 이래 내가 거할 변화하는 시공간일 뿐인 즉, 내세로의 여행에 두려움을 가질 이유가 없을 것 같긴 하지만, 질주하던 자동차가 갑자기 멈추어 서지 못하듯, 삶에 대한 타성이 이 무미(無味)한 루틴을 멈추지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무의식의 세계에서 의식의 세계로 옮겨와 팔고(八苦)를 겪다가 다시 무의식의 세계로 돌아가는 것은 시간의 흐름이 관장하는 순환과정에 불과하니 내일 아침 내가 다시 밝은 해를 보지 못한들 그게 무에 그리 대단한 사건일까를 생각하며 오늘도 깊은 잠을 청해본다.천년만년 살 것처럼 근심하며 버둥대는 사람들, 여러분들이 머물고 있는 이 행성이 태양 주위를 사십억 바퀴나 돌고 있는데, 겨우 백 바퀴 도는 시간도 여기 머물지 못하면서 그것을 장수(長壽)라 할 것인가? 공간의 경계를 찾을 수 없듯이 시간의 경계에 집착하지 않으면 시방삼세(十方三世)가 다 내가 거할 곳이라, 굳이 현세의 삶만이 전부가 아님을 깨닫게 되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