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EU회원국들이 한·EU FTA 체결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코트라가 EU지역 17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EU FTA에 대한 긴급 현지반응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 17개국 중 이탈리아와 루마니아를 제외한 15개국의 반응이 긍정적인 것으로 파악됐다.
제조업을 기반으로 수출의존도가 높은 독일은 한-EU FTA를 향후 아시아지역 국가들과 FTA를 체결하기 위한 초석으로 평가했다.
영국은 한국산 제품과 경쟁하는 자국 산업이 상대적으로 적어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됐다. FTA체결에 따라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소형차 부분에서도 1개사(애스톤 마틴)를 제외하면 영국내 생산은 없다.
또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은 "유럽이 보호주의를 거부하고 공정한 국제경쟁을 해야 한다"며 시장개방에 대한 강한의지를 드러내 한·EU FTA애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이밖에 네덜란드 고용주협회(VNO-NCW)와 중소기업협회(MKB-Nederland)는 유럽의회에 한-EU FTA 비준을 지지하는 서한을 발송했고, 벨기에 외무장관은 "한-EU FTA를 유럽기업들이 아시아 시장을 여는 커다란 발걸음"으로 평가했다.
한편 한-EU FTA 체결에 따른 산업별 영향은 국가별로 상이한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은 강점을 가진 화학 및 제약업이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했고, 벤츠·BMW 등 고급 승용차 수출 기회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은 위스키 소비대국인 한국과의 FTA 체결에 따라 주류 수출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다. 한국은 스카치 위스키를 세계에서 7번째로 많이 수입하는 나라로 현행 관세 20%가 철폐되면 3∼5년이내에 연간 5억파운드 상당의 위스키 수출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프랑스는 자동차 업체에 따라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르노는 한국의 르노삼성에서 생산하는 중·고급 승용차의 EU 수출을 위한 생산시설 확충 가능성을 검토하는 등 긍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푸조는 한국산 자동차의 관세철폐로 인한 경쟁 격화, 자국 경쟁사인 르노의 한국차 수입에 따른 경쟁력 약화를 우려했다.
네덜란드는 현재 25%의 관세율을 부과하는 삼겹살 수출이 증가함으로써 양돈업계의 경쟁력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거부권 행사로 잠정발효를 6개월 연기시킨 이탈리아는 여전히 한·EU FTA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제조업 의존도가 높아 FTA체결에 따라 자국 자동차 산업 피해가 클 것으로 우려하며, 현지 자동차산업 일자리 3만개, 관련 산업 일자리 15만개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루마니아 또한 주력산업인 자동차산업 피해를 우려해 한·EU FTA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반응이다.
이밖에 스페인 자동차제조협회(Anfac)는 중국, 인도 등에서 부품을 많이 조달하는 한국자동차의 특성을 이유로 제3국 부품조달비율을 제한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체코는 한국산 자동차의 수입이 증가하는 반면, 자사의 한국시장 개척은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루마니아 자동차제조업협회는 FTA 발효시 한국산 자동차는 1000유로 상당의 가격인하 효과가 예상되기 때문에 자국 생산 차량의 피해를 우려했다.
윤재천 코트라 지역조사처장은 "우여곡절을 겪은 한·EU FTA가 내년 7월1일 잠정발효되기 위해서는 EU 의회비준이 내년 상반기 중에는 완료돼야 한다"며 "EU가 한 국가가 아닌 27개국이 모인 연합체임을 감안, 마지막 남은 절차인 EU의회 비준을 위해 국별 성향을 기반으로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