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헨리’의 『추수 감사절의 두 신사』라는 소설을 우연히 초등학교 6학년 때 읽곤 매우 깊은 감동을 받았었다. 그 내용은 이러하다. 미국의 추수 감사절마다 거지 스터피 피트에게 배불리 음식을 먹여주는 노신사가 있는데 추수 감사절마다 그는 스터피 피트를 음식점에 데리고 가서 진수성찬을 대접한다.    이때 여느 해와 달리 이미 과식 상태인 스터피 피트는 노신사의 음식 대접을 받고 끝내 병원으로 실려 가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때 맞은편 침대에 노신사도 응급차에 실려 왔으니 사연인즉 그 거지에게 음식을 대접하기 위해 정작 자신은 며칠을 굶어 영양실조로 쓰러졌다.    이 노신사 태도가 어려선 선뜻 이해가 안 갔었다. 스스로 배를 주리면서까지 남의 배를 불리게 한다는 게 납득이 가지 않을 수 밖에…. 비로소 이제야 소설 속 그 노신사 덕행에 감동이 인다. 요즘 세상엔 나 아닌 남을 배려하고 친절을 베푼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이기심 팽배도 그러려니와 삶에 쫓겨서라는 말이 더 적합할 것이다. 이런 세태에 아까운 시간을 쪼개어 장애우들을 찾아가는 청소년이 있다. ‘제 4회 청주시 1인 1책 펴내기 사업’의 일환으로 자원 봉사 체험기를 발간한 김 얼이 그 주인공이다. 당시 김 얼은 이곳 고교에 재학 중인 학생으로서 대학 입시를 코앞에 둔 처지도 잊고 틈만 나면 장애우들과 함께한 학생이다. 자신의 책 『어게인 앤 어게인』에서 저자는 그들의 눈과 귀가 돼 주는 일을 주저치 않고 있다.    시간적 경제적 여유를 지닌 어른들도 감히 엄두를 못 낼 일을 서슴없이 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겨울철 폭설로 장애 2급인 부부가 살고 있는 집 앞의 산더미처럼 쌓인 눈을 쓸어주며 그들이 기뻐하는 모습에서 보람을 느꼈다고 표현했다. 이 내용에선 참으로 대견스럽기조차 하다. 이 책을 읽으며 김 얼 같은 청소년들이 더욱 많이 늘어난다면 우리나라는 한결 살기 좋은 세상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갑자기 일기도 했었다. 그동안 수많은 책들을 읽었다. 그 많은 책들 가운데 남의 어려움을 내일처럼 여기며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과 호흡을 같이한 책을 대하기란 쉽지 않았다. 이 책을 읽으며 오로지 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불우한 이웃을 외면했던 자신을 새삼 돌아보았다. 남을 돕는 일은 여유 있는 사람들만이 행하는 게 아님도 깨달았다. 한편 어린 날 감명 깊게 읽었던 ‘O.헨리’의 소설 속 주인공 노신사 선행이 요즘 따라 부쩍 남다르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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