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지역 선거판에 늘 빠지지 않는 토호와 그를 따르는 무리들이 암덩어리처럼 경주시청 조직을 병들게 하고 있다. '토호'는 지역의 토착지배세력 또는 기득권자를 뜻하는 말로 현대까지 널리 쓰이지만 원래 근대 이전 호족이나 양반 지주들을 뜻하는 말이었다. 과거 특정 계급을 지칭하던 이 말은 지금도 여전히 사회체계 곳곳에서 암약하고 있다.그들 또한 경주시의회 복도에 꾸며놓은 역대 의장들의 액자 처럼 역사 속에 자랑스럽게 남아야할 인물이지만 되살아난 망령처럼 일선 간부 공무원들을 수하처럼 부리며 군림한다.경주시와 관련된 인사, 감사, 예산, 회계, 개발산업 등 주요 부서의 업무에 손을 뻗치고 특정 부서의 수의계약은 물론 재넘어 공기업 수의계약까지 요구하며 잇속을 채운다는 제보가 무성하다.토호가 줄 세워 놓은 간부급 공무원들은 선후배라는 이름으로 서로가 끌어주고 당겨준다. 언제부터인지 가늠도 안될 윗때 부터 해왔던 '라인'을 돈독히 하며 거대한 사조직이자 카르텔로 자리 잡은지 오래다.일부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전쟁터에서 시장이 '돌격 앞으로'를 외치면 이를 따라야 할 간부들이 고개를 옆으로 돌려 뒷짐진 그 양반의 눈치부터 볼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지경이 됐다.권력을 휘두르는 이들을 두고 무리에 속하지 않거나 따르지 않는 직원들은 '그들이 일신을 위해 악마와 거래를 했다'라는 조소 섞인 지적과 허울뿐인 경주시 청렴조직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다.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경주시 7월 정기인사와 관련해서도 온갖 음해와 유언비어가 판을 친다. 발표 시기에 따라 최소 4명에서 6명까지 거론되는 4급 국장 인사는 그들의 최대 관심사이자 치열한 전쟁터다. 특히 인사국장이라 불리는 시민행정국장과 초대 복지시민국장 자리를 두고는 흑색 선거전을 방불케 한다.누구 하나 잘못된 관행과 행태에 대해 고하지도 못하며 쉬쉬한다. 그렇다고 사람과 자리는 바뀌어도 토호 세력은 변함없더라는 말이 나와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외부에서 이 글을 쓰는 나조차도 어떤 외압이나 음해가 들어올지 걱정스럽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