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이집트에서 시작된 ‘연금술’은 평범한 금속으로 황금(黃金)을 만들고자 하는 인간들의 탐욕적 염원이 주술(呪術)과 결합되어 중세기 (中世紀)말까지 이어지다가, 현대 물리학이 물질의 기본 단위로 생각한 원자(原子)의 존재와 구조를 이해하면서 연금술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한다. 즉, 연금술은 현대 화학과 핵물리학 법칙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값싼 금속으로 값비싼 금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노력인가가 증명되면서 종지부를 찍게 되었다는 얘기다.만물(萬物)의 영장임을 자처하는 인간들은 오로지 자연법칙에 순응하는 타 동물들과 달리 값싼 가치로 값비싼 가치를 창출하고자 하는 연금술 따위뿐만 아니라 자신의 생명과 정체성을 영원히 지속하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혀 또 다른 부질없는 노력을 하게 되는데, 그 대표적 사례가 바로 진시황(秦始皇)의 불노불사약(不老不死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그런데 오늘에 이르러 사람들이 중세기의 연금술사들이나 진시황의 부질없는 욕망과 노력을 비웃을는지 몰라도, 내가 보기엔 현재 첨단 과학이 꽃을 피우고 인간의 지성(知性)도 진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긴 하지만, 변하지 않은 것이 인간의 탐욕이기에, 인간들은 여전히 부질없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영생(永生)의 꿈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불사약(不死藥) 대신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종교나 무속에 빠져 영혼의 영생을 탐하고 있는 듯이 보이고, 녹 쓴 쇠붙이로도 황금을 만들고자 한다.철(鐵)이나 납(鉛)의 기본 물성(物性)을 이해했기에 연금술을 중단하였듯이, 어떤 사람의 인성(人性)을 알았으면 마땅히 그 사람에 대한 기대를 거두는 것이 또한 사람이 아닐까? 내가 별볼일없는 인생을 살아오면서 확연히 알게 된 사실 하나는, 물질의 기본 물성이 변하지 않듯이 사람 또한 기본 인성만은 절대로 바뀌는 법이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사람들은 저마다의 인성에 부합되는 일을 찾는 것이며, 저마다의 인성(人性)대로 살다가 한정된 수명을 마감하는 것이 곧 이 우주의 변하지 않는 물리법칙이 될 것이다.몸에 맞는 옷은, 옷을 입은 사람도 편하지만 쳐다보는 사람도 보기에 좋다. 그러나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사람은 당사자도 불편하지만, 쳐다보는 사람도 보기에 좋지 않다. 생전에 운전대를 잡아본 적이 없는 사람이 운전석에 앉아 과속 운전을 하면 교통사고는 불문가지(不問可知)일 것인데, 스스로도 불행하지만 타인에게도 큰 피해를 주게 된다.로또 당첨은 비록 팔백만 분의 일에 해당하는 확률일망정 당첨될 확률을 가지고 있기에 사람들은 오천 원을 투자한다. 그러나 만일 당첨 확률이 원천적으로 없는 사기도박이라면 아무도 단돈 오 원이라도 투자를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사약을 찾는 사람들이나 연금술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진시황이 불사약인줄 알고 복용한 수은(Hg)이 그를 오히려 단명(短命)시켰으며, 중세기, 연금술에 전 재산을 걸었던 사람들은 모두 알거지가 되었음을 모르는 것인가?오늘 날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 ‘묻지 마’ 투자나 ‘묻지 마’ 지지를 보며 내가 왜 뜬금없이 연금술을 떠올리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분명히 있는 것도 없다하고, 없는 것을 찾으려는 부질없는 노력들이, 자연의 철리(哲理)를 이해하지 못한 채 무작정 투자자를 끌어들이던 중세기 연금술사들과 흡사하게 닮은꼴로 보였기 때문이리라.지금도 무르팍에 관절염을 만들며 또아리 틀고 앉아 무(無)자 화두를 든 학승들에게 말하고 싶어진다. 무(無)는 없다는 뜻이니 없는 것을 찾으려는 부질없는 노력 자체를 중단하는 것이 곧 공안(公案) 타파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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