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 인류의 출현을 1년에 비유하면, 인류가 원시생활을 벗어나 소위 과학문명을 이룬 것은 12월 31일 불과 단 몇 분 전의 사건이 아닌가 한다. 불과 몇 세기 전, 제1차 산업혁명으로 시작된 과학기술문명은 제2차 산업혁명과 제3차 산업혁명기를 거쳐 이제 제4차 산업혁명기를 맞이한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우리는 과학문명의 기본소재인 전기나 양자의 실체조차 모르는 것 같고, 더러는 우주정복의 꿈을 키우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우리는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 달에 겨우 발자국을 남겼을 뿐인데, 이는 마치 지구라는 안방에 거주하던 인류가 겨우 문지방을 딛고 서서 건너 방에 비유할 수 있는 인근 행성 화성(火星)을 쳐다보고 있는 정도로 보인다.우리가 전기의 존재를 알고 전기를 다루기 시작한 것은 불과 수 세기도 채 되지 않는데, 이제 막 도래하기 시작한 제4차 산업혁명기에 쌀과도 같은 2차 전지는 아직 원시적 단계를 벗어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주로 이동체(모바일 기기)의 동력원이 되는 2차 전지는 지구상에 희토류로 분류되는 리튬과 코발트 등의 희귀한 금속 물질을 사용하기 때문에 급증하는 미래 수요에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이는데다 아직은 에너지 밀도가 석유 등의 화석연료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차세대 교통수단인 전기자동차 산업 등이 답답한 걸음마를 지속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내가 보기에 전기자동차가 내연기관 자동차를 완전히 대체하려면 배터리 제조의 원료물질이 훨씬 구하기 쉽고 저렴한 다른 물질로 대체되어야 할 것이며, 에너지 밀도 역시 현재의 수준에서 최소한 2배 이상은 되어야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데, 아직 우리가 가진 기술로는 요원하기만 한 일로 여겨진다는 것이다.일부 한국인들의 의식 속에 이웃나라 중국은 여전히 후진국으로 보일는지 모르지만, 고대의 중국은 유럽보다 훨씬 앞선 문명을 가진 나라였음이 역사인데, 근래에 공산체제라는 비효율적인 정치 환경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서방세계에 크게 낙후되어 한 때 후진국으로 전락하긴 했지만, 최근 들어 엄청난 면적의 국토와 부존자원 그리고 세계 최대의 인구에 의한 인해전술로 눈부신 경제성장을 거듭한 나머지 지금은 영원할 것 같았던 세계 패권국 미국과 국력 경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여기서 전자(前者)에 주지된 바와 같이, 미래 산업의 기본 소재가 될 배터리 제조 원료인 희토류 부존이 유독 중국에 몰려 있는 탓도 있겠지만, 그간 중국의 배터리 제조 기술이 눈부시게 성장하여, 현재 전 세계 배터리 시장을 석권하다시피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희귀한 배터리 원료물질인 리튬이 아닌 지구상에 거의 무진장 존재하는 소금을 원료로 하는 소듐이온 배터리까지 남 먼저 상용화 시켜 이미 시장에 내놓고 있다는 얘기다.필자 역시 요즘 2차 전지 관련 일을 하며 오래전부터 관심을 가졌던 소듐 배터리이기에, 최근 중국으로부터 소듐이온 배터리 셈플을 구입하여 정밀 테스터 해본 결과, 아직은 에너지 밀도가 기존의 리튬이온 배터리에 못 미치기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안전성이라는 장점으로 시장 경쟁력을 예상해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여기서 더욱 성능 향상을 위한 연구가 지속된다면 미래 산업의 주역이 과연 누가 될는지 가늠하기 어렵다.과거 선진국 과학의 카피 기술로 성장한 우리나라 이지만, 최근에 특정분야에서만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기술 강국으로 부상하던 대한민국이 어쩌다 갑자기 후진국에까지 기술 경쟁력이 밀리는 신세가 되었을까? 특정한 부존자원 없이 오직 인적 자원에 의해 경재발전을 이루었던 우리나라이고 보면, 과학과 기술이 곧 국력이라 할 수 있을 것인데, 가뜩이나 기초과학이 낙후된 우리나라 교육 현실에서 그나마의 R/D 예산까지 삭감한다는 것이 곧 국가경쟁력 삭감이 되지는 않을는지 모르겠다.물론 R/D 자금을 눈 먼 돈 정도로 생각하는 일부 사이비들에게는 경종이 되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