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4일 기준금리를 현 2.25%로 유지키로 했다. 이로써 지난 7월 17개월만에 힘겹게 0.25%포인트 오른 기준금리는 석달째 제자리를 지키게 됐다. 금통위는 기준금리 결정 직후 발표한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향후 주요국 경기와 환율의 변동성 확대 등이 세계경제의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물가상승 압력에도 불구하고 대외 불확실성 증대가 크게 부각된 셈이다. 하지만 내달 열릴 G20회의와 연말을 감안해 연내 인상이 어렵게 됐다는 점에서 실기 논란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환율·G20 등 복합작용 역시 환율이 문제였다. 통화를 둘러싼 각국의 신경전이 치열한 가운데 우리나라가 주도적으로 원화 절상을 유도해서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키지 말자는 의도로 해석된다. 또 금리 인상으로 환율 하락이 가속화되면 '교역조건 악화→수출 타격→경기회복 둔화'의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 아울러 내외 금리차 확대로 외국인 투자자본이 대거 유입됐다가 나중에 한꺼번에 빠져나갈 경우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된다는 점도 고려됐다. 김중수 총재는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국제금융시장이 절박하게 돌아가고 과거에 비해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이라며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 특성상 환율은 (금리결정 시) 주요 고려대상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선진국을 비롯한 각국이 제로(0)금리로 내리거나 묶어둔 상황에서 세계경제 흐름에 역류한다는 것도 걸렸다. 미국과 유럽, 호주 등이 수십개월 째 제로금리나 초저금리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일본도 최근 제로금리로 전격 인하했다. 한은은 다만 물가인상에 대한 기조와 경계심은 변함없다고 밝혔다. 김 총재는 "올 4분기 이후 내년까지 물가인상률이 3%를 웃돌 것이란 전망은 변함없다"며 "물가인상 압력에 대한 유의성을 가지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내 인상 물 건너 간 듯 이제 시장은 연내 추가인상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전망이 엇갈리지만 남은 11월, 12월 기간 중 인상은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우선 다음달 서울 G20회의에서는 의장국 신분으로 '글로벌 공조'가 크게 강조될 것이다. 연말에는 자금수요가 몰려 지금보다 인상에 대한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다. 국내 경기 회복세는 하반기로 갈수록 둔화되고 금통위가 무게중심을 두는 대외변수는 단기간 내 해결될 요소가 아니다. 이정범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말에 가까워질수록 경기둔화가 가시화 돼 금리인상에 대한 비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며 "금리인상 명분이 있는 10월에 기준금리가 동결되면서 인상은 당분간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상은 경기와 부동산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일정부분 해소된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점에서 내년 2분기에나 (인상이)재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기 논란 거세질 듯 한편 인상할 타이밍을 놓쳤다는 이른바 '실기 논란'은 당분간 금통위를 따라다닐 것으로 예상된다. 임형석 한국금융연구원 박사는 "0.25%포인트 인상하더라도 현 정책금리는 지나치게 완화적인 수준"이라며 "지난달(9월) 인상시점을 이미 놓친데다 이달에도 동결함으로써 (인상)기회를 완전히 놓쳤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성식 한나라당 의원은 "가계와 중소기업의 과도한 부채를 고려할 때 금리를 조정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기준금리를 점진적으로 올려 통화정책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환율하락이나 0.25%정도의 금리 차 때문에 외국자금이 유입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시장이 그만큼 투자가치가 있기 때문"이라며 "환율문제 때문에 금리조정이 어렵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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