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값이 다소 안정세를 보이는 가운데 배추파동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배추파동의 후폭풍으로 중국산 배추의 국내시장 진입이 수월해지고, 비싼 배추값 여파로 김장철 소비부진과 일시적인 공급과잉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다. 17일 농수산물유통공사(aT)에 따르면 상품 기준 고랭지 배추(1포기)의 소매가격은 지난 15일 현재 6800원으로 9월말(1만2011원)과 비교해 43.4%나 떨어졌다. 상추(잎면이 오글오글한 축면 계통)도 100g에 1230원에 거래돼 9월말(2318원)보다 46.9% 하락했다. 특히 배추와 상추 가격은 지난 14일과 비교해 하루 만에 10% 이상 떨어질 정도로 가격이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이처럼 배추 등 채소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선 것은, 기후여건이 호전된 데다 중국산 배추를 수입해 시장에 푼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이달 중순 고랭지 배추 출하, 단기 생육기간 채소(상추·시금치 등) 출하 등도 가격안정에 힘을 보탠 것으로 분석된다. 통상적인 배추 재배 및 출하의 시기적인 특성을 감안하면, 지금의 배추가격 폭등사태는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는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6월 종자를 파종해 9월부터 수확하는 배추의 대부분은 해발 600m 이상 고랭지에서 재배되는 여름 배추다. 재배기간에 극한의 폭염과 장기간 내린 폭우 등 이상기후와 맞물리면서 시장수급 문제를 야기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농업 전문가들은 특히 배추파동으로 중국산 배추에 대한 심리적 방어선이 무너졌다는 점을 더욱 크게 우려하고 있다. 대형시장 관계자는 “생산자 보호를 위해 수입 생배추를 취급하지 않는 것이 거의 불문율이었는데, 8일부터 중국산 배추가 상장거래됨에 따라 수입배추에 대한 심리적 방어선이 무너졌다”며 “최근 부산 등에서도 중국산 배추가 상장됐고, 도매시장마다 수입배추 거래를 상담하는 수입업자의 문의가 크게 늘어 도매시장을 통한 수입배추 거래가 크게 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대형 마트들도 배추파동을 계기로 중국산 배추 취급에 따른 이미지 손상 우려를 덜었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또 장기적으로 중국산 배추를 판매할 것인지 여부를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유통 전문가는 “지난 2005년과 2007년 국내의 대형마트가 중국산 김치 판매를 시도했다가 여론 악화로 중단했었다”며 “하지만 이번 배추파동을 계기로 앞다투어 중국산 배추를 판매하고 있어 심리적 방어선도 크게 약화됐다”고 지적했다. 즉, 배추파동으로 중국산 배추를 수입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중국산 배추에 대한 거부감이 줄었고, 대형 마트도 이미지 손상을 걱정해 취급을 자제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계산이다. 일시적인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이광형 전국농산물산지유통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수확을 앞당긴 물량이 많아 김장철인 11월 말이면 출하물량이 예년 수준을 회복하고, 월동배추 물량은 예년보다 15% 정도 늘어날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그는 “소비까지 부진한 상황이라 출하물량이 몰리는 일정시점이 되면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하락 마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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