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카드 모집인 K씨는 새로 카드를 발급받는 고객들에게 '짝퉁 명품' 가방을 제공한다.
실적을 올리기 위해서다. 실적이 저조할 땐 30만원을 사용할 때 5000원, 100만원을 사용
할 때 1만원을 통장에 입금시켜 준다는 미끼 문자도 날린다.
K카드사는 가입 경품으로 15만원 상당 면세점 이용권과 동반자 포함 건강검진 이용권을 증정한다.야구장 관람표를 미끼로 불법카드모집은 이제 흔하게 볼 수 있는 광경이다.
H·S·K카드사 모집인들은 지난 9월 초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 출몰, 의원실에 무단으로 들어와 연회비 대납과 경품 및 고액 상품권 제공을 약속하며 카드가입을 권유했다.
이 같이 실적을 위해 불물을 가리지 않는 카드사 불법모집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마치 2003년 카드대란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카드 불법모집이 고개를 드는데는 이유가 있다.
최근 전업카드사의 약진과 은행들의 카드분사 움직임, 통신사들의 카드업 제휴와 진출 준비 등으로 이 시장이 치열한 각축장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경기가 회복세를 타며 소비심
리가 풀렸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근 카드발급 건수와 현금대출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신용등급 3~4등급의 중위등급을 중심으로 카드발급과 대출이 급증, 신용카드 문제가 가계부채의 새로운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신규 발급 늘고, 카드론 급증 = 카드사들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면서 카드 발급수가 급증하고 카드론 등 현금대출이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카드론의 경우 은행보다 대출받기가 쉽고 저축은행보다 금리가 낮아 이러한 소비자들의 심리를 파고 든 것이다. 문제는 시중금리가 오름세를 타거나 더블딥(경기 상승후 다시 침체)이 일어나면 갚을 길이 막막해진다.
한국신용정보에 따르면 신용카드 발급수가 6월말 현재 1억1187만장으로 전년 동기대비 11.6% 증가했다. 특히 카드론 등의 대출이 부쩍 늘고 있어 카드사들의 건전성 악화가 우려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8월말 현재 카드론 잔액은 14조584억원으로, 현금서비스 잔액(12조4854억원)보다 1조5000억원 많았다. 이미 지난 1분기에 카드론(12조1294억원)이 현금서비스(12조193억원) 잔액을 추월, 격차를 벌리고 있다.
취급액도 급증세다. 올 들어 8월까지 카드론 신규취급액은 15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1조1000억원)보다 42% 증가했다.
같은 기간 현금서비스 신규 취급액은 53조8000억원으로 오히려 2.3% 줄었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 압박 등 신용판매 시장의 영업이 팎팍해지면서 카드사들이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현금 대출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현금대출 가운데서도 별다른 규제가 없고, 상환기간이 길어 상대적으로 자금운용이 편리한 카드론 비중을 늘리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카드 모집행태를 보면 지나칠 정도로 공격적"이라며 "2003년 카드대란의 악몽이 현실화 되지 않기 위해서는 카드사들의 지나친 영업자제와 감독당국의 철저한 관
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되살아나는 2003년의 악몽 = 최근 카드사의 출혈경쟁이 도마위에 올라 있다. 재무건전성 악화와 유동성 위험을 부를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특히 은행권의 분사추진과 새 사업자 등장으로 카드시장은 과열양상을 띨 조짐이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1월 SK텔레콤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하나SK카드를 출범시켰다. 이에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 농협 등이 카드 부문을 분사할 예정이다.
여기다 산은금융지주와 우체국까지 카드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KT는 신한·우리카드가 갖고 있는 BC지분을 인수, 출정을 서두르고 있다.
이에 맞서 기존 카드사들은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쏟아 붇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6개 전업계 카드사와 14개 은행계 카드사의 올 상반기 마케팅비용은 1조3616억원이다.
지난해 상반기(1조460억원)보다 30.2% 급증한 것이다. 올 상반기 마케팅 비용은 2007년
연간 비용(1조4392억원)에 육박했다.
◇ 카드빚 가계부채 뇌관되나 = 현 상황에서 2003년 카드대란 당시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지난해 카드사의 영업이익이 2조3095억원에 달할 정도로 수익이 개선됐고, 연체율도 비교적 안정된 수준에서 관리되고 있다. 이러한 이유를 들어 카드사들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번 불이 붙으면 쉽게 진정되지 않는 게 카드사 영업경쟁의 속성이다. 또 더블딥이나 대출금리상승, 부동산 가격 하락 등으로 가계의 채무상환 능력이 떨어질 경우 카드사가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담보를 잡고있는 은행대출과는 달리 카드대출 대부분이 신용대출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무디스는 "한국의 카드사들이 좋은 실적을 내고 있으나 경기 회복세가 꺾일 경우 높은 가계부채와 능력대비 과도한 카드사용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평균적으로 1명이 4개의 신용카드를 갖고 있는 데다 각각의 카드가 이용자 월 수입의 2~3배 한도를 제공하고 있다"며 "한국의 높은 가계부채는 카드채권의 회수를 어렵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최근 금융감독당국은 카드사들의 과당경쟁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카드론의 대손충당금 최소적립률을 상향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대손충당금 비율을 높이면 카드사의 부담은 커진다.
금감원 관계자는 "카드론이 대출이 사실상 현금서비스처럼 쉽게 이뤄진다는 지적이 있어 현장검사 등을 통해 카드론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