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의 고교야구에 대한 관심은 상상을 초월한다. 일본에는 4,000여개 고등학교에 야구부가 있는데 고시엔(전국 고교야구선수권대회) 야구대회는 소위 꿈의 대회라고 할 정도로 인기도 높아 그 정상을 차지하기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재일동포들이 성금을 모아 1947년 설립한 교토국제고등학교가 일본의 최고권위 고시엔야구대회(일본 전국 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지난 달 23일에 우승을 차지했다.   결승전이 열리던 날 오전 10시부터 간토다이이치고와 결승 경기가 일본공영방송인 NHK가 경기를 생중계하여 전국에서 시청하였다. 이미 준결승전에서 승리하여 한국어로 된 교가가 나오고 선수들의 노래 부르는 모습이 전국에 생중계됨으로서 일본은 말할 것도 없이 한국에서도 뜨거운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이 같은 대회의 우승을 높고 한·일간 관심이 높자 일본에서는 단순히 한 스포츠 경기의 이벤트로 축소하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이번 도쿄국제고등학교의 고시엔고교야구대회우승은 단순히 곁으로 표출된 사실만 집착하고 순간적 흥미로 그칠 수만은 없는 많은 내면과 연결되어 있다. 그 가운데서도 동포들이 설립한 학교와 동포의 후세들의 교육 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이 학교는 당초 1947년에 교토조선중학교로 설립되었다. 1958년 대한민국 정부 인가를 받고, 2003년 일본정부로부터 정식 학교인가를 받아 교토국제고로 이름을 바꿨다. 현재 재학생 중에는 약 30%가 한국계 학생이라고 보여진다. 필자는 2009~10년 교토 리츠메이칸(立命館)대학 교환교수로 있을 때 그 학교를 찾아간 적이 있다. 조그만 학교로 지금은 전교생 160명인데 과거와 달리 많은 일본학생이 재학하고 있다.   과거 ‘70년대까지도 일본에는 동포들이 설립한 학교가 일본 전국에 많았다. 그러나 일본정부에서는 정규학교로 인정하지 않아 재정지원을 거의하지 않았고 졸업시 대학진학에도 걸림돌이 많았다. 일본 동포들은 역사의 아픔과 질시를 온몸으로 겪으면서도 조국을 잊지 않으려 눈물겹도록 한국혼을 살려가려고 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무정하리만치 도외시 해왔던 적이 많았다.    조국 한국이 세계에서 최빈국인 시절 재일동포들이 보여주었던 조국애는 실로 감동이 아닐 수 없다. 1948년 런던 올림픽 참가 시 부산거쳐 일본 요꼬하마로 왔을 때 재일동포들은 모든 경비를 모금ㆍ제공했다. 또한 1997년 IMF 위기에 직면했을 때 조국의 경제위기극복 지원을 위한 노력을 아낌없이 하였다. 그들은 조국의 경제위기 극복캠페인을 전개해 약 1년간(1997.12-1999.1) 재일동포가 한국에 송금한 금액은 780억엔에 달하였다.   일본 주요도시에는 10개 한국 공관이 있다. 이 가운데 9개 공관은 재일동포들이 기증한 것이다. 필자가 교토에 거주할 때 오사카총영사관을 자주 방문하였다. 이때 총영사관 건물에는 매우 큰 태극기가 걸려 있었다. 이 태극기에 대해 오사카 거주 한 재일동포는 오사카 일대 거주하는 동포들이 이 번화한 곳에 총영사관을 건립·제공하면서 단 하나 조건으로 ‘세계의 여러 공관들 중 가장 큰 태극기를 게양해 달라’는 것이었다 한다. 이후 필자는 오사카를 갈 적마다.   그 큰 태극기를 바라보면서 동포들의 그 뜨거운 조국애에 가슴깊이 감동의 물결이 인다. 재일 동포들이 조국을 위해 한 일이 어디 이것뿐이었는가? 그러나 우리 정부에서는 역사적 아픔속에서도 조국을 위해 그 눈물겨운 노력을 해왔던 그들을 위해 제대로 된 관심을 갖지 않았고 조선학교에 대해서도 거의 방기하다시피 하였다. 지방자치단체로서 서울시의 조선학교 한글교육 지원과 경기도에서 조선학교에 대한 지원 조례제정 노력 등이 그나마 있을 뿐이다.   교토국제고 교가(校歌) '동해바다 건너 야마도(大和 )땅은/ 거룩한 우리조상 옛적 꿈자리/ 아침 저녁 몸과 덕 닦는/ 우리의 정다운 보금자리 한국의 학원, -중략- 힘차게 일어나라 대한의 자손/ 새로운 희망 길을 나아갈 때에/ 불꽃같이 타는 맘 이국 땅에서/ 어두움을 밝히는 등불이 되자' 일본 땅에서 이 노래를 들었을 때 눈물이 나지 않는다면 그는 한국인이 아닐 것이다. * 필자 신순호 목포대 명예교수는 공군대학 교관과 함께 청주대와 목포대, 일본 리츠메이칸대학(방문연구교수)에서 오랫동안 교수로 재직했고, 대외활동으로는 한국도시행정회·한국지적학회 회장, (사)한국섬재단 이사장, 대통령직속 지역발전위원회 위원과 평가자문단장, 행정안전부 자체평가위원 및 정책자문위원, 한국농어촌공사 이사 등을 역임, 지역개발과 정책분야와 특히 섬과 지역연구에 관심을 갖고 「도서지역의 주민과 사회(2001)」, 「섬 정책의 현재와 미래(2021)」를 비롯해 7권의 저서와 대한민국 도서백서(2011, 행안부) 등의 연구과제, 논문 130여편을 발표한 우리나라 대표적인 섬 연구자로 알려져있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