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대명절 한가위가 되면 햅쌀로 송편을 빚고 햇과일로 풍성하게 차려 조상에게 차례를 올린다. 한가위는 오곡백과가 익은 참 좋은 계절이다. 이날 만큼은 온 가족이 한자리에서 활짝 웃는다. 정치 실종으로 국민의 삶은 어려워도 마음만은 넉넉했으면 한다.  올여름은 유난히도 더운 날씨로 인해 농작물 피해가 컸다. 다행히 주작물인 벼농사는 작황이 괜찮아 농민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 경북 북부지역은 풍수해로 입은 상처가 아물지 않아 추석이 썰렁한 분위기다. 부모들은 객지에 보낸 자식과 며느리의 얼굴도 보고 싶고 손주들의 재롱이 귀여워 추석 명절이 기다려진다.   추석 대목인데도 거리에 오가는 사람들이 많지 않고 얼굴들이 밝지만은 않아 보인다. 북적대야 할 전통시장은 대목을 노린 상인들의 긴 한숨뿐이다. 일부 상인들은 경기가 IMF때 보다 더 어렵다고 혀를 내두른다. 자영업을 하는 소상공인들은 일부 문을 닫았거나 매출이 뚝 떨어졌다. 이 상태로 가면 머지않아 상당수가 곧 문을 닫을 지경이다.   건설경기도 심각하다. 건설업체는 아파트 미분양이 속출하면서 밀린 임금을 추석 전에 지급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제조업과 중소기업들도 휴폐업이 늘고 있다. 관광산업도 나들이객은 늘고 있으나 관광상품은 매출이 줄어 업종을 바꿔야 할 딱한 처지다. 물가마저 들쭉날쭉해 주부들은 장보기가 겁이 난다며 불평한다.   가뭄 탓인지 채소류는 부르는 게 값이다. 하지만 한가위가 되면 땀 흘려 지은 곡식과 과일들이 익어 거둬들여 1년 중 가장 즐겁고 마음이 넉넉해진다.   추석 명절은 여름처럼 덥지도 않고 겨울처럼 춥지도 않아서 4계절 중 가장 알맞은 계절이다. 속담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큼'이라는 말은 천고마비의 풍성한 수확의 계절 음력 8월 보름 한가위에서 유래된 말이다. 한가위를 추석 명절로 삼은 것은 거슬러 올라가면 삼국시대 초기로 기록되고 있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신라 제3대 유리왕 때 도읍 안의 부녀자를 두 패로 나누어 왕녀가 각기 거느리고 7월 15일부터 8월 한가위 날까지 한 달 동안 두레삼 삼기를 했다. 마지막 날에 심사를 해서 진편이 이긴 편에게 한턱을 내고 회소곡(會蘇曲)을 부르며 놀았다고 전해지고 있다.   오랜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추석 명절에는 여러 가지 행사와 놀이가 세시풍속으로 전승되고 있다. 아무리 무더워도 추석이 되면 조석으로 기후가 달라진다. 추석 명절에는 여름옷에서 가을옷으로 갈아입는다. 추석에 입는 새 옷을 '추석빔'이라고 한다. 옛날 머슴을 두고 농사짓는 가정에서는 머슴들까지도 추석 때에는 새로 옷을 한 벌씩 해 준다.   지금은 집에서 제사를 올리는 차례는 줄어들고 성묘로 조상을 찾는다. 이때는 물론 수년 전까지만 해도 추석날 아침 일찍 일어나 온 가족이 함께 정성껏 준비한 제물을 차려놓고 차례를 지내는 풍습은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추석 명절은 설날과 달리 흰 떡국 대신 햅쌀로 밥을 짓고 햅쌀로 술을 빚고 햇곡식으로 송편을 만들어 차례를 지내는 것이 상례이다. 가을 수확을 하면 햇곡식을 조상에게 먼저 천신(薦新)한 다음에 자손들이 먹는데 추석 차례가 천신을 겸하게 되는 수도 있다.   성씨 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벌초와 성묘도 성씨별로 차이는 있다. 일부는 집에서 차례를 지내는 옛 풍속으로 돌아가기도 하고 일부는 제단을 설치해 조상을 한자리에 뫼시고 성묘를 해오고 있다. 다행히 올해는 연휴 기간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해주고 있어 고향을 찾는데 수월해졌다.   추석은 농경 생활에서 추수 감사와 조상에 보은하며 먹을 것이 넉넉함에 만족하여 온갖 놀이로 즐기는 명절이다. 공업생산시대에 들어와 그 절실함이 감소 되었으나 아직도 둥근 보름달이 환하게 밝혀주는 한가위는 누가 뭐래도 큰 명절이다. 추석의 원래의 뜻을 계승해야 하는 이유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