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병장수는 인간 소망 최고 목표치다. 그러나 우리네 몸엔 인체 시계라는 게 있어 유전적 요인은 피할 수 없다고 한다.
 
며칠 전 뜻밖의 비보를 접했다. 그리곤 눈이 퉁퉁 붓도록 울었다. 어려울 때 친구 마음을 알아본다고 했던가. 지난날 남편 사업 실패와 필자가 운영하던 교육 사업이 밑바닥으로 추락 할 즈음 참으로 많은 도움을 준 여인이다. 자신은 어렵게 재래시장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며 늘 동동거리면서도 선뜻 크나큰 금액을 내손에 쥐어주었다.
 
“너는 언젠가 꼭 무엇으로든 성공할거야. 난 너의 무한한 잠재능력과 올곧은 성품을 누구보다 믿는다. 꼭 성공해라.” 하며 등을 토닥여주던 친구다. 
 
이 뿐인가. 음악 하는 큰 딸아이가 예술 고등학교를 다닐 때, 악기 케이스가 낡았다고 고가의 케이스도 사준 그녀다. 단지 물질의 도움을 받아서가 아니다. 평소 그는 어려운 처지에 놓인 친구를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참으로 가슴 따뜻하고 마음이 천사처럼 고운 여인이다. 요즘처럼 자신의 밥그릇 챙기기도 모자라 남의 밥그릇까지 넘보는 각박한 세태에 그녀는 보기 드문 인간적 면모를 갖춘 정 많은 여인이다. 그럼에도 참으로 하늘도 무심하다. 
 
어찌 곱디고운 심성을 지닌 그녀를 데려가려 한단 말인가. 그는 몇 해 전 친정아버지를 후두암으로 잃기도 했다. 그런데 그녀마저 후두암이란 진단을 받았단다. 청천벽력이란 이럴 때 하는 말인 듯하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따뜻한 목소리를 지닌 그녀 아닌가. 누군가 힘들고 고통스러워하면 결코 외면하지 않았다. 
 
한걸음에 달려가 따뜻하고 정겨운 목소리로 용기를 불어넣어주고 충언을 아끼지 않았던 그녀였다. 그런 그녀의 지상에서 가장 아름답던 목소리를 어찌 이리 매정스레 빼앗아 간단 말인가. 벌써 무서운 암세포가 전신으로 퍼졌다니 믿기지가 않는다. 그녀가 암을 앓고 있다는 소식에 뼈저린 슬픔을 쓸어내리는 사람이 어찌 필자뿐이랴. 많은 사람들은 애타심 많은 그녀의 따듯한 목소리를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그 친구에게 더는 희망이 없다는 소식을 접하곤 눈앞이 캄캄했다. 만약 병마가 그녀의 생명을 앗아간다면 그녀와의 별리는 참으로 가슴이 아프다. 현재 내가 그 친구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같이 있게 해 주세요’ 친구에게 보내는 나의 선물은 이 노래뿐이다. 음치인 나의 노래이지만 애끓는 심정으로 부르는 이 노래를 병석에서 들어줬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마주보는 미소로 같이 있게 해 주세요./ 마주잡은 손길로 같이 있게 해주세요./ 울고 웃는 인생길이 고달프다 하지만/ 갈라진 옷소매를 매만져 주면서/ 당신의 외로움을 당신의 괴로움을/ 달래줄 수 있어요. 같이 있게 해주세요. (생략)
 
그녀는 갈지라도 우리는 그녀를 늘 곁에 두고 지낼 것이다. 그녀는 갈지라도 그녀의 넋은 언제나 우리 옆은 떠나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갈지라도 그녀와의 지난 추억은 언제나 우리 가슴을 적실 것이다.
  ‘오 하느님! 그녀와 늘 같이 있게 해주세요.’ 눈물이 두 볼을 타고 흘러내린다. 뜨거운 눈물이 콧등을 적신다. 눈물이로되 펑! 펑! 샘물 솟듯 흘러내려서 그녀를 잃는 이 슬픔을 조금이라도 달래 주었으면 좋겠다.
오늘도 하느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기도 드린다. “그녀와 같이 있게 해 주세요.”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