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때문에 늙은 여자내 팔 한쪽아득히 베고 누워있다세월의 비 흠뻑 맞고쪼그라든 몸이 세상 기댈 곳달리 없다는 듯새록새록 숨소리 고르며누워있다까탈스러운 변덕쟁이늘 네 탓이야 하고 핀잔주는허깨비 남편에게 안겨새벽잠 곤하게 자고 있다 -신평, '노처(老妻)'
 
경주에 살면서 누구보다 경주를 사랑하고 경주를 노래하는 시인, 신평 변호사께서 최근에 시와 산문을 곁들인 독특한 형태의 시 산문집, '시골살이 두근두근'을 출간했다.
세간에서 정치 평론가로도 잘 알려진 신 변호사는 '산방에서', '들판에 누워', '작은 길' 등 이미 세 권의 시집을 낸 바 있는 시인 겸 수필가이다.
경북대 로스쿨 교수, 한국 헌법학회회장도 역임한 신 변호사는 이번에 경주에서 농사를 직접 지으며 자기만의 작은 파라다이스를 만들어 놓고, 체험한 이야기를 사계절로 나누어 시와 산문으로 재밌게 풀어내어 독자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참으로 경하할 일이다.
아무리 자유스런 글이라고 해도 시인이 시 한편 쓰기도 힘든 일인데, '시작노트' 같은 창작 글을 곁들인다는 것은 그 산고의 크기가 대단했으리라 짐작이 가고, 또한 시인의 고뇌도 컸음을 알 수가 있다.
이번 '시골살이 두근두근' 시 산문집에서는 무엇보다도 '시와 산문'의 내용들이 깊은 사유가 돋보였고, 체험에서 우러나는 진솔한 표현들이 깊은 공감을 주고 있다.
우선 난해하다든가 모호함이 없는, 의미가 단단한 시집이라 독자들에게 인상적으로 기억될 시집으로 느껴진다.
시 '노처老妻'는 설명이 필요 없는 우리들 노부부의 연민이 묻어나는 애틋한 이야기다.
감동적인 시다. '나 때문에 늙은 여자', '세월의 비 흠뻑 맞고 쪼그라든 몸', '까탈스러운 변덕쟁이 ', 남편에게 늘 네 탓이야라고 핀잔받는 아내, 그러나 그러한 노처가 이 세상 기댈 곳 다시 없다는 듯, 허깨비 남편의 팔에 안겨 새록새록 숨소리 고르게 자고 있는 착한 아내! 그 아내를 갸륵하게 묘사하고 있다.
노처! 다름아닌 당신과 우리들의 자화상이 아닌가. 남남으로 만나 사랑이란 이름으로 매듭을 짓고 사는 부부. 가까운 친구 같은 노처, 우정과 연민으로 맺은 어쩌면 가장 인간다운 노부부 이야기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