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어둠이 내 눈을 덮을 것이다환한 대낮으로 나를 끌고 갈 것이다간절하게 바라왔던 순간이 오고내 이 영혼도 풀려 날것이다그러나, 이승의 강가에서 불타오르던기억을 남겨 둘 수 없어내 불꽃은 거역할 수 없는 법을 어기고차가운 강물을 헤엄쳐 건널 것이다사랑의 포로였던 영혼과불같은 기운을 주던 혈관과장려하게 불타올랐던 골수는육신을 버리고 열망을 붙잡은 채재가 될 것이다 갈망의 재가흙이 될 것이다 사랑에 붙잡힌 흙이 -프란시스코 케베도(1580-1645, 스페인), 죽음 넘어 계속되는 사랑
프란시스코 케베도는 16세기 후반에서 17세기 후반까지 살았던 스페인의 시인이다. 간결하면서도 생략적이고 함축적인 생의 의미를 담은 그의 시들은 전형적인 스페인소네트 형식의(14행의 시)시다. 케베도는 태어나면서부터 두 다리를 절었고, 지독한 근시였으며 오십이 넘어 결혼하여 석 달간 생활한 것 외는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다.
  그의 문학은 현실에 대한 풍자와 독설로 가득하고 그는 여성과 인간을 혐오했지만 그는 지독한 사랑의 시를 쓴 시인이었다. 이 시는 죽음을 앞둔 화자의 진술 형식을 취하고 있다. 1연의 첫 두 행에서 화자는 비감한 어조로 자신을 영원(환한 대낮)으로 끌고 갈 죽음이 곧 닥쳐 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에게 죽음이란 영혼이 육체로부터 떨어져 나가는 일이다. '최후의 어둠이 내 눈을 덮을 것이다/환한 대낮으로 나를 끌고 갈 것이다'
 
2연에서는, 희랍 신화를 끌어드리고 있다. 희랍 신화에서 죽은 자는 지하 세계로 내려가면서 이승에서의 모든 것을 버려야 하지만, 내 사랑의 불꽃은 신들이 만든 지하세게에서의 사랑이 라는 법칙을 어기고 헤엄을 쳐서 레테 강(망각의 강)을 건넌다.
3연에서는 이승에서의 사랑이 어떠했는지를 말하고 있다사랑하는 연인에게 영혼과 육체를 다 바친, 얼핏 삶이 감옥 같기도 했지만, 뜨겁고 뼈속 깊이 맛 본 사랑의 황홀함은, 겪어 본 자에게는 행복한 사랑이었다.
마지막 연에서는, 육신이 한 줌의 흙이나 재가 되더라도 거기에는 영혼과 열정과 아름다운 사랑이 붙어 있다. 사랑에 붙잡힌 재, 사랑의 흙이 된 영혼은 아름답다. 거기엔 사랑이 붙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