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에 애게해를 여행할 행운을 누리는 사람에게 복이 있나니’
 
‘그리스인 조르바’ 2장 첫 문장이다. 나의 그리스 여행은 이 한 문장으로 시작되었다. 멀리 언덕으로 아크로폴리스 야경이 보인다. 드디어 아테네에 온 것이다.
다음 날 아크로폴리스를 오른다. 뉴 에이지(New age) 음악가 ‘야니(Yanni)’ 가 라이브 공연(1993. 9. 25)한 헤로데스 아티쿠스 음악당이 보인다. 그 날 객석을 꽉 메운 채, 아래위 흰 옷에 긴 머리를 휘날리던 그를 본다. 너무나 자유롭고 행복해 보였다. 나의 인생은 Yanni 공연을 보기 전과, 본 후로 나뉠 지도 모른다. 
 
한편으로는 이런 유적지에서 공연하다니 부럽기 그지없다. 고대에는 당연히 마이크가 없기에, 노천극장은 울림이 좋다. 육성으로도 음향을 고려해 객석 뒤까지 들리게 설계되어 있다.
  신화의 땅이자 소크라테스가 거닐던 플라카 지구에 나도 그처럼 걷는다. ‘너 자신을 알라’ 남의 허물을 보지 말고 자기나 돌아보라는 말은 공자의 철학과도 같다.
 
수니온 곶은 언덕에 포세이돈 신전이 세워져 있다. 신화에는 테세우스가 크레타 섬의 미궁으로 반인반우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물리치러 가면서, 아버지에게 괴수를 무찌르면 흰 돛을 달고 오겠다고 약속한다. 
 
괴수를 물리치고 아리아드네의 실타래로 미궁을 나온 그는 검은 돛을 흰 돛으로 바꾸어 달지 않아, 그 곳에서 멀리 돌아오는 배를 본 그의 아버지 아이게우스는 절망하여 바다에 뛰어 내렸다. 이 후 그 바다는 에게해라고 한다. 절벽 아래 펼쳐진 에게해의 석양이 아름답다.
 
코린토 운하를 건너가는 코린토는 성서의 ‘고린도 전서’ 로 유명한 곳이다. 미녀 모녀가 운영하는 B&B 에 묵으니, 시지프스가 인간에게 불을 주어 산에서 내려온 바위를 다시 올리는 형벌을 받았다는 시지프스 산이 바로 앞이다. 과연 삼각산이다. 스파르타에 간다고 하니, 처녀는 버스 편까지 안내해 준다.
 
펠레포네소스 반도의 끝 스파르타는 고대에는 아테네와 경쟁하던 도시 국가였다. 니코스 카잔자키스는 여기를 좋아하여 세 번 여행을 했다. ‘모레아 기행’ 에는 그의 여정과 만난 사람들 이야기가 있는데, 모레아(Morea)는 이 곳의 예전 이름이다. 
 
그는 기차로 여행을 헀는데, 지금도 인공물이 거의 없어서 그가 본 풍경과 흡사하다. 스파르타는 ‘레오니다스’ 로 유명하다. 영화 ‘300’ 의 제라드 버틀러가 연기한 역이다. 스파르티스 광장의 동상은 그가 쓰러져 방패를 짚고, 죽기 직전 모습이 비장하게 남겨져 있다.
  아테네 피레우스 항에서 크레타 섬으로 출발하는 밤배에서 지은이 카잔자키스는 조르바를 처음 만난다. 크레타로 향하는 나의 여정도 밤배에 맞추었다. 배는 에게해 밤바다를 헤쳐간다. 새벽에 도착한 크레타 이라크리온은 ‘그리스인 조르바’ 의 무대이다. 해변에서 추던 조르바의 춤과 산투리 음악이 들린다. 크레타는 선사 유적이 있고, 석판에 아직 해독 못한 문자가 있을 정도로 역사가 깊고 기품이 있다.
  산토리니, 미코노스는 아름다운 섬이어서 여행객도 많아 매시간 제트 페리가 운행된다. 산토리니의 파란 집들과 석양을 보고, 하루키가 ‘노르웨이의 숲’ 을 쓴 미코노스를 지나 로도스로 향한다. 
 
자정에 산토리니를 출발한 배는 다음날 오후 4시에 항구에 닿는다. 로도스는 로마 시대부터 귀족 자제들의 유학지로 유명했는데, 카이사르도 그 곳에서 수학했다. 후에는 십자군 원정의 항해 출발지였으며 기사단의 본부였고, 이 후 몰타섬으로 옮긴다. 
 
지금도 올드타운에는 당시 기사단 성과 돌길이 그대로 남아있고, 비석을 보면 각 국의 귀족들이 영화를 마다하고 종교의 힘으로 청빈한 삶을 마쳐 보는 이를 숙연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