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심리가 사실상 '올스톱'될 위기에 처했다. 당장 이틀 뒤인 이달 17일이면 이종석 헌법재판소장과 이영진·김기영 재판관의 임기가 끝나는데, 후임자 인선이 아직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헌법재판소법 27조에 따르면 재판관 9인 중 7인 이상이 출석해야 심리가 가능하다. 17일 이후 3인이 공석이 되면 회의 자체가 불가능해진다는 얘기다. 전적으로 후임 재판관 선출을 방치하고 있는 여야 정치권의 책임이다.여야가 후임 재판관을 선출하지 못하는 이유는 국회 몫 3명을 어떻게 나눌지를 놓고 다투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 이후 관례는 여야가 각각 1명을 추천하고 나머지 1명은 여야 협의로 추천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앞세워 2인 추천권을 요구하면서 선임 절차가 미뤄지고 있다. 1994년 당시 민주당 대비 의석수가 두 배 가까이 많았던 민주자유당이 2명을 추천한 전례를 근거로 하고 있다. 그러나 여당인 국민의힘은 관례대로 할 것을 요구하며 민주당이 의도적으로 헌법재판 공전을 야기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위헌법률 심판과 탄핵심판 등을 맡는 헌재 기능이 마비되면 입법·행정·사법부 간 견제와 균형이 불가능해지고 국민적 피해도 커진다. 올해 8월 말 기준 헌재에는 탄핵심판·위헌법률심판 사건 등 모두 40건의 사건이 계류돼 있다. 올해 4월 중소기업인 305명이 중대재해법에 대해 제기한 헌법소원심판, 'N번방 방지법'이라고 불리는 단체대화방 사전 검열 절차를 규정한 전기통신사업법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등 국민 실생활과 관련된 사건이 대다수이다. 또 탄핵 당한 이진숙 방통위원장 등에 대해 헌재가 마비되면 해당 공직자는 업무 복귀를 할 수 없다. 입법부인 국회가 정쟁을 벌이느라 헌정 질서에 공백과 혼란을 초래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어떤 변명으로도 비판을 면할 수 없는 명백하고도 중대한 직무 유기다. 당장 여야가 합의한다고 해도 인사청문회 등의 임명 절차를 감안하면 헌재가 제 기능을 못 하는 사태가 한 달 넘게 이어질 수밖에 없다. 여야는 사태의 비상함과 엄중성을 인식하고 즉각 재판관 인선에 나서 혼란을 막아야 한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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