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점상들이 테러분자 아니고 대한민국 국민인데, 우리가 그렇게 창피하고 위험해서 꼭꼭 숨어있으라는 말입니까." G20정상회의가 열리는 서울 강남구 코엑스와 선릉역 인근 노점상들은 7일부터 13일까지 문을 닫아야한다. 노점상을 운영하는 것은 불법이기는 하지만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처지에 일주일간 장사를 못하게 돼 망막하다"며 걱정스러워했다. 5일 오후 8시께 선릉역 인근 노점 안에는 퇴근길 직장인들로 발 디딜 틈도 없었다. 그러나 그것도 불과 10여분 남 짓. 손님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자 노점 안에는 적막감마저 감돌았다. 노점상들에 따르면 강남구청에서 지난달 18일 G20 기간을 전후해 길게는 20일, 짧게는 7일간 영업을 하지 말라고 종용했고,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단속을 하겠다'고 으름장을 두 번이나 놓았다는 것이다. 실제 강남구청은 지난달 18일 삼성역 부터 선릉역에 이르는 인근 노점 40여 곳 포함해 강남구 전체 200여개의 노점에 10월27일부터 11월15일까지 20여일간 영업을 하지 말라는 내용이 담긴 '불법노점 자율 정비요청' 공문을 보냈다. 또 지난 2일에는 오는 6일까지 노점을 자진정비를 해줄 것을 통보했다. 노점상들은 두 번이나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1박2일 행사인 G20을 위해 길게는 20일, 짧게는 7일간 영업을 하지 말라는 통보를 받은 노점상들은 당혹스러워 했지만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노점상들은 1차 계고통지서를 받은 뒤 곧장 강남구청을 찾아 노점상 단속을 담당하는 가로정비팀과 일주일간 영업을 하지 않기로 간신히 협의(?)를 이끌어냈다. 노점상측과 강남구청의 협의 안에는 G20이 열리는 코엑스 인근 주요도로 노점상의 경우 20일간, 선릉역을 포함해 인근 지역 이면도로와 골목길은 7일부터 13일까지 7일간 자발적으로 영업을 하지 않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자의든 타의든 당분간 문을 닫아야할 처지에 놓인 노점상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선릉역 인근에서 떢복이와 순대를 파는 노점상 김모씨(59)는 "G20도 모두가 잘 살자고 모여서 회의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잘 사는 사람들만 해당된다"며 "돈 없고 빽 없는 노점상들에게는 그저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선릉역 입구에서 20여m 떨어진 곳에서 악세사리를 판매하는 노점상 박모씨(52)는 "협의안에 따르지 않으면 벌금 300만원과 노점을 철거하고 물건들을 강제로 가져가 버린다고 하는데 덜컥 겁부터 났다"며 "하루 3만원 벌기도 벅찬 노점상들은 벌금이 무서워서라도 따를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닭꼬치를 파는 최모씨(48)는 "노점상들은 무슨 테러분자도 아닌데 범죄자 취급을 받는 것 같아 씁쓸하다"며 "우리 같은 노점상들은 먹고 살기 정말 힘든데도 마땅히 하소연 할 때도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또 "G20에도 불구하고 근처 현대백화점은 영업이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비록 구청과 협의를 했더라도 우리 같은 힘없는 사람들과 기준이 다른 이유가 도대체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현대백화점은 G20 기간인 11일부터 12일까지 이틀간 임시휴점에 들어가지만 이는 휴무일을 조정한 것이다. 이에 대해 노점상 단속권한이 있는 강남구청 관계자는 "노점들이 무단으로 인도를 점유하고 있어 현행범상 불법이라 단속은 불가피하다"며 "노점측 관계자들과 여러 차례 만나 협의를 통해 일정기간 동안 영업하지 않기로 협의했다"고 전했다. 이어 "협의한 내용에 따라 노점상들도 G20 정상회의 기간 동안 영업을 하지 않기로 한 만큼 그 기간에 영업을 하는 노점상의 경우에는 철저하게 단속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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